불가능한 집행유예
견모 조원선
추억의 바다가 파도쳐서 제주의 긴 밤이 하얗게 부서질 때
나는 꿈을 도둑질한다
베개를 목조르고 이불을 두들겨패고
누에처럼 코고는 아내를 보쌈한다
새까만 하늘이 눈을 번쩍 떴다
샛별이 화살처럼 내 이마에 들어박히면
증거확실한 실형이다
이리하여 나는 아침이라는 독방에 스스로 갇히운다
집행에 유예는 없다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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