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강꿈
견모 조원선
꿈도 더럽다.
밑도 끝도 없이 빨강나라 한가운데 내던져진 나는 투명인간이다. 빨강하늘 아래 빨강길을 걸어 겨우 빨강마을에 다다르니 빨강옷 입은 빨강머리 빨강눈 빨강코 빨강귀 빨강입술 빨강얼굴 빨강옷 빨강신발의 빨강사람들 뿐이다. 빨강건물 빨강간판 빨강차 아무튼 보이는 모든 것이 모조리 빨강이다. 무섭다. 나는 그만 빨강에 취해 비틀비틀거리다가 빨강전봇대에 부딛혀 빨강바닥에 굴렀는데 이마가 터져 파랑피가 분수처럼 솟아나 바로 투명외투가 발각된다. 빨강사람들이 저놈 파랑놈 죽이라고 벌떼같이 도끼를 들고 달려드는 순간 화다닥 꿈에서 깨어난다.
아 아! 오늘아침에는 그렇게도 예쁘던 빨강동백꽃이 진짜 소름끼친다.
으악이다.
(19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