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와 신발
견모 조원선
내 아침산책 길은 서너개 쯤 된다. 몽이 사고를 당한 길은 이제 안 가니까 빼고. 날씨와 바람에 따라 그날 그날 들과 숲을 적당히 가감하여 소로, 중로, 농로, 숲길, 대로를 여러 곳 구불구불 거치는 데. 문제는 쓰레기다. 5년간의 관찰결과 이건 거의 다 농사쓰레기다. 들의 밭농사나 귤농사를 지으면서 동원되는 인부가 적게는 4,5인부터 20인이 넘는 데 이들이 작업을 마치고 가면서 쓰레기를 그냥 버리고 간다는 것. 작업인부들은 간식과 점심을 현장에서 거의 해결한다. 종이컵, 커피깡통, 라면용기, 도시락상자, 술병, 고무장갑 등등 온갖 쓰레기를 놓고가면 그게 바람따라 이리저리 휘날리고. 때로는 여기저기 티븨, 냉장고, 소파, 청소기 따위가 내버려지기도 하고. 아, 참 딱하다. 뭍이나 섬이나. 이거 되겠습니까?
오늘은 신발 얘기도.
집에서 나와 소로에서 중로를 거쳐 대로를 지나는 1km지점에서 버려진 신발 한 짝을 보고 지나쳐 다시 소로로 접어들어 1km를 갔는 데 또 길가에 신발 한 짝. 흥미로워서 자세히 살펴보니 같은 신발로 추정. 거의 새 것. 아내에게 말하니까 웃는다. 하여 다시 온 길로 되돌아가보니 완전한 한 켤레다. 참 웃긴다. 간디는 같은 곳에다 신발을 버려줬다고 하지만 이건 무슨 경우일까?
내 발 크기와 같고 바닥도 안 닳은 거의 새 신발.
이걸 세탁해서 신어야할까? 육십육년 살다 별 일을 다 겪는다. 웃기는 쓰레기로구나!
멀쩡한 신발 쓰레기!
(190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