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죽음
견모 조원선
아침산책은 늘 상쾌하다. 그런데 오늘 사건. 개들이 갑자기 앞달리고 아내가 비명을 지르고. 다가가 살펴보니 새끼고라니의 시체. 목 아래 상처. 복부가 터져 내장이 드러났고 위의 내용물과 피가 길에 쏟아져있다. 아내와 개를 먼저 보내고 시신을 길 안쪽 덤불속으로 옮기고 동그란 맑은 눈을 쓸어내려도 안 감겨진다. 쯔 쯔. 맨손으로 뭘 어쩌랴. 어제아침에 없었으니 사건발생은 아마 어제 저녁 이후로 추정. 인적 거의 없는 야트막한 들숲의 농로. 사인은 불명확.
아내가 새끼고양이 집을 만들어 주란다. 우리집 드나드는 길고양이 여러마리 중에 찌질이부부가 임신하여 새끼 4마리를 출산. 데크아래와 콩밭이 주무대. 아내는 계속 밥 주고. 묶여있는 개들은 매일 밤낮없이 짖고 난리.
어느 날 둥이 줄이 풀어져 새끼 한 마리를 물어 죽였고 또 다른 날 산책 끝에 동네 어귀에서 사라진 둥이가 또 한 마리. 그날 이후 어미 찌질이도 사라지고 우리집엔 새끼만 달랑 한 마리 남았다. 다른 고양이들도 전혀 안 나타난다. 아내가 열심히 거둬먹이는데 아직 머리만 크고 전혀 곁을 안 준다.
하여튼 나는 집을 만들어 주었다. 바닥은 목재, 지붕은 플라스틱 재질의 돔형으로 아주 튼튼하고 아늑하게. 들어가 살든 안 살든. 개의 습격을 받아도 대피할 수 있는 집이다. 솔직히 난 아내가 무섭다. 허허허.
고라니나 고양이나 개나 사람이나 한 세상 살다 팔자따라 휙 가는 건 다 같다.
그러니까, 악악대지 말자!
착하게 살자!
(180927)
견모 조원선
아침산책은 늘 상쾌하다. 그런데 오늘 사건. 개들이 갑자기 앞달리고 아내가 비명을 지르고. 다가가 살펴보니 새끼고라니의 시체. 목 아래 상처. 복부가 터져 내장이 드러났고 위의 내용물과 피가 길에 쏟아져있다. 아내와 개를 먼저 보내고 시신을 길 안쪽 덤불속으로 옮기고 동그란 맑은 눈을 쓸어내려도 안 감겨진다. 쯔 쯔. 맨손으로 뭘 어쩌랴. 어제아침에 없었으니 사건발생은 아마 어제 저녁 이후로 추정. 인적 거의 없는 야트막한 들숲의 농로. 사인은 불명확.
아내가 새끼고양이 집을 만들어 주란다. 우리집 드나드는 길고양이 여러마리 중에 찌질이부부가 임신하여 새끼 4마리를 출산. 데크아래와 콩밭이 주무대. 아내는 계속 밥 주고. 묶여있는 개들은 매일 밤낮없이 짖고 난리.
어느 날 둥이 줄이 풀어져 새끼 한 마리를 물어 죽였고 또 다른 날 산책 끝에 동네 어귀에서 사라진 둥이가 또 한 마리. 그날 이후 어미 찌질이도 사라지고 우리집엔 새끼만 달랑 한 마리 남았다. 다른 고양이들도 전혀 안 나타난다. 아내가 열심히 거둬먹이는데 아직 머리만 크고 전혀 곁을 안 준다.
하여튼 나는 집을 만들어 주었다. 바닥은 목재, 지붕은 플라스틱 재질의 돔형으로 아주 튼튼하고 아늑하게. 들어가 살든 안 살든. 개의 습격을 받아도 대피할 수 있는 집이다. 솔직히 난 아내가 무섭다. 허허허.
고라니나 고양이나 개나 사람이나 한 세상 살다 팔자따라 휙 가는 건 다 같다.
그러니까, 악악대지 말자!
착하게 살자!
(180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