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밤
犬毛 趙源善
초저녁부터 뜨거운 바람에 이부자리 질펀하더니만
밤새 뱃속 꿈틀꿈틀 회충처럼 노닐다가
기어코 새벽에 불덩이 대가리 비쭉이 또 내미니
빙글빙글 돌고 도는 우주의 정력은 어마어마하게 절륜하다
한강에 배 막 지나간 자리 얼른 찰칵하고 사진 찍었다
금방 죽을 거품이 그림으로 살아 번쩍번쩍 으스대고
물 위 저벅저벅 걷는 햇살이 서울의 젖가슴에 기관총을 무차별 난사하자
무수한 하루살이 시체들 까맣게 둥실둥실 떠내려간다.
쾌락의 절정은 언제나 허무한 곤두박질이지만 그 맛만은 영원히 잊을 수 없다
그래서 역사가 이루어지는 긴 밤이 진짜 무서운 거다.
<0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