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지다
犬毛 趙源善
같은 한 마디도
망나니가 읊으면 욕이요 무당이 읊으면 기원이요 선비가 읊으면 글인 것처럼
빨강이란 것도
뉘 눈엔 피요 뉘 눈엔 색이요 뉘 눈엔 정이라
촛불이
하늘하늘 가련해보여도 조금씩 어둠을 불사르는 건 횃불이나 다름없지
아 아 슬프다
격동의 세월을 토지로 큰 꽃 피우고 홀연히 다시 거기 묻히는 덧없는 인생이나
결국은 쓰러져 살과 뼈와 창자로 온몸 바치고 죽어져가는 하염없는 짐승의 눈물이나
이 꼴 저 꼴
그저 아무나 주무르는 대로
물렁물렁 둥글둥글 뭉텅뭉텅 끈적끈적 질퍽질퍽
길거나 짧거나 다 좋다
얇든 두껍든 아무래도 상관없이
두루뭉실 밀가루 반죽이라
튀김 되고 수제비 되고 칼국수 되고 붕어빵 되고 호떡도 되는
너는
과연 무엇이더냐.
별 하나 지면 또 다른 별 물끄러미 바라보며
그렁저렁
그 빛 참 밝았노라 그늘아래 씁쓸히 웃는
별 부스러기.
오늘
별이 지다.
<0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