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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털

犬毛 - 개털 2008. 2. 12.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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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털 

犬毛 趙源善



삶은 닭 한 마리 툭 던져주고

다리가 제일 맛있으니 먼저 뜯어라

모가지는 위에서부터 훑어 빨아 먹어라

뒤 꽁지는 순 기름투성이이니 아예 먹지마라

가슴살은 파닥파닥 제일 맛이 없으니 나중에 먹어라

뼈다귀는 천천히 꼭꼭 씹어 먹어라

이런 염병할

아니, 

개가 어디 사람 시키는 순서대로 그리 먹겠나?


개 코 벌름벌름

개 귀 쫑긋쫑긋

개 혀 길쭉길쭉

개 이빨 삐죽삐죽

개 입 으앙으앙

개 참 엄청나게 무섭지

개 제 놈이 다 알아서 냄새 맡고 듣고 핥고 씹어서 꿀꺼덕 삼키는 거야

개 잘 알고 보면 무척이나 똑똑해

개 나름대로의 생각이 있다니까

그러니

꼴 같지 않게 오만상 찌푸리며 무얼 어떻게 먹는다고 쯧쯧 거리지 마시라.


개가 짖으면 무슨 일이 반드시 있는 것

공연히 멍멍거리지는 않아

오로지 흑黑 아니면 백白으로만 보고

아주 충성스럽게 살지.


어쩌다

개 화나면 눈에 뵈는 게 없어

함부로 

욕보이지도 말고 아는 척 손 내밀지도 말고 공연히 건드리거나 발길질도 하지마시라

그래 사실

개 

알고 보면 꽤 괜찮은 놈이야.


문제가 있다면

아무 거리낌 하나 없이

사방에 마구 흩뿌려 휘날리는 개털이지

개털!

허 허 허.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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