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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바라기와 자장면 노래와 눈물

犬毛 - 개털 2007. 7. 24.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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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바라기와 자장면 노래와 눈물

犬毛 趙源善



에게해海 향하는 길목 동그스름한 언덕 위

거기 초록 잎 바다에 노랑 꽃 들이 끝없이 줄 섰다

진시황제 수 천 병마용처럼 질서정연 꼿꼿이 늘어서서 오로지 한 곳만 쳐다보는 눈들

작렬하는 태양아래 한결같이 고개 외로 꼰 모습

해바라기

얼굴이 커서 제 몸 줄기에 그림자를 대주는 그리움 덩어리

결코 부르는 이름대로

좋아서 해를 바라보는 게 아니더라.


문득 

아내가 지오디의 자장면을 아냐 묻더니 처음부터 끝까지 가사를 또박또박 일러주고

이게 바로 그 노래라며 엠피쓰리 이어폰을 귀에 꽂아준다

애들 늘 중얼거리는 그런 소리려니 무관심하던 내게 뜻밖에

묘하게 잔잔한 흥분이 일더니

라면 - 자장면 - 도시락 - 개업 - 기쁨 - 깨어나지 못한 잠 - 어머니의 죽음

영가 비슷한 고음의 백 코러스까지 찡하게 마음을 훑어 내려

아 아

밀물처럼 사정없이 밀고 들어와 내 온 감정을 휘저어 뒤흔들어 놓은 노래

썰물처럼 순식간에 바로 빠져나가는 짜릿한 한줄기 바람의 여운

어머니는 해바라기 아니어도 햇빛을 가려 당신 그림자를 늘 내게 주셨지

어머니는 해바라기 아니어도 해와 마주서서 마음속으로 늘 나만 바라 보셨지

바로 

그 깊은 사랑 슬픈 감동에 흠뻑 빠져

맹하니

찔끔찔끔.


해바라기는 해 모양이라 해바라기지 해를 사랑해서 해바라기는 아니다

나를 진짜로 사랑한 영원한 나바라기는

어머니 뿐

이역만리 터키 한 구석 어느 해바라기 밭 앞에서

뜬금없이 

질질 울다.

<0707>


*주해 - 터키의 중앙부는 몹시 삭막했습니다. 가도 가도 끝없이 황막한 바위 밭에 나무도 없고 온통 밀밭뿐이더니 아래쪽 지방 지중해나 에게해 쪽으로 다가가면서 조금씩 나무가 보이고 목화밭 해바라기 밭 올리브 무화과 포도 복숭아 등의 과수원과 숲이 점점 순차적으로 나타나더군요. 광대한 밀밭은 압권, 그리고 넓은 해바라기 밭과 과수원들은 정말 장관이었습니다. 왜 하필 그때 아내가 지오디의 자장면 노래를 들려줬는지........왜 또 돌아가신 어머니가 불쑥 생각났는지.......그건 저도 모릅니다.......꽃말이 그리움이라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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