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력病歷
犬毛 趙源善
언제쯤 어디에 어떤 증세가 나타났느냐
누가 무어라고 중얼거리느냐
왜 징징 우느냐
이런 건 중요하지도 않고 아무 문제가 아니다
진짜 아픈 게 아니니 까맣게 몰라도 돼
그저 아무 연줄이나 꽉 잡고 몇 푼 내고 발 들이밀면 끝이야
관찰도 진단도 처방도 치료도 연구도 통 의미가 없다니까
가짜 환자라고 아시나?
그러니 명함도 가지각색이지
무좀에 치질에 설사에 관절염에 건망증에 과대망상증에
아, 세상에 흔한 것이 무슨무슨 병病 아니던가?
부끄러워말고 돈 주고라도 널리널리 알려야 약방문을 얻는다고
히 히 히
한글만 아주 쪼끔
살짝 알면 되는 거지 뭐
맞춤법도 필요 없어.
병력病歷이
아주 훌륭한 약력略歷이 되는 세상.
<0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