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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사無名寺
犬毛 趙源善
무섭도록
고즈넉한 산사山寺
빛살 따사하니 양지陽地쪽이다
세상 무엇이든 모두 해 아래서 두루 쬐어야 함이라
등지느러미 꿰어 매달린 풍경風磬은 이미 눈물마른지 오래지만
바람이 대신 울어주고
청아한 독경讀經소리 골안개로 잦아지는데
댓돌 위 흰 고무신 한 켤레
곱게 엎드려 복福 빌면
메어진 가슴구멍으로 향香 한줄기 흘러들고
살며시 멈춘 걸음사이
시름없이 늘 푸른 노송老松가지 보듬으며
이름모를 새
쫑쫑 노래한다.
문득
꼬인 마음이
하얗게 아주 하얗게
저 아래로 깊이 가라앉는다.
<0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