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이
犬毛/趙源善
좀 힘든 때도 있었지만
잘나가던 우리 그이가 어찌어찌 성공 했어요
사장되더니만 돈 좀 주물럭거리면서
휘딱 뭔가 달라지데요
요즘은
아예 이상한 정도를 넘어 섰어요
이러니저러니 말도 안 되는 억지이유를 붙여
쳐다보지도 않는 곳에다
되지도 않는 시비를
이리 뒤집고 또 금방 저리 뒤집으며 제멋대로 걸어댑니다
어린아이 생떼 쓰는 거 하곤 다르지요
아직 치매올 나이도 아니거든요
이건 아니에요 정말
처음엔 힘들어 그러려니 애처롭고 딱해서 이해하려 했는데
번번이 사고 뻥뻥 터지는데 아무도 못 말리는 거 에요
이제는 “늑대가 나타났다!” 북을 두드려도 누구 하나 거들떠보지도 않으니
저 혼자 중얼중얼 고래고래 닥치는 대로 아무데나 주먹질하고 발길질하고
바야흐로 완전히 제정신이 아닌 것 같습니다
돌아버리겠어요
하루 이틀도 아니고 황당무계한 뒤치다꺼리에 제가 미칠 지경입니다
이젠 질려버렸습니다
욕바가지에 쥐어 패고 발로 차 내치고 싶을 정도랍니다
그이의 정신건강에 질환이 의심 됩니다
더 이상 망설일 때가 아니지요
결단이 필요 합니다
종합병원 정신과 전문의와 상담 했습니다
이거 큰일 났어요
그이 증세는 이미 중증을 넘어선 이상으로
격리수용하여 장기요양하면서 약물 및 심리 병행치료가 필요하다나요
외고집성 마이동풍 좌불안석 상황판단 불가에 자폐증세까지 겹친 종합이상심리증이라니
아 아
회사는 벌써 난장판이 되어 말아먹기 직전이고
눈앞이 캄캄 합니다
진짜로 제 뇌혈관이 터져 나자빠질 것 같습니다
도대체 저는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0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