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
犬毛/趙源善
비 뿌린 구정물 질척이는 진흙탕이나
낙엽 버석거리는 돌담아래
흰 눈밭이나
반짝이는 대리석위도
아무데나 다 좋아요
제게 생각이 있는 것도 아니요
싫다 좋다 마다할 처지 못 되니
늘 짓밟히면서
그저 가자하면 주인님 이끄시는 대로
저벅저벅 또는 살금살금 돌아다니는 게
주어진 팔자올시다
다만
거기 어디에
여린 흔적이나마 남길 수 있다는 것 하나로
온갖 구린내 참으며
이렇게
마냥 살지요.
제발
꾸부려 신지만 말아주세요.
<0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