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零(Zero)
犬毛/趙源善
내 안의 나
내 밖의 나
날마다 장기 두지만
한편만 기울어 죽인다는 게 너무 참혹하여
청군 죽이면 홍군 죽이고
보나마나 비김.
내 안의 나
내 밖의 나
날마다 바둑 두지만
서로 두 집짓고 살면 되는 걸 뭘 잡아 족치나
백 살고 흑 살고
보나마나 비김.
내 안의 나
내 밖의 나
날마다 고스톱 치지만
열두 달 사연 예쁜 그림들로 어찌 돈 욕심을 채우나
밀어주고 팔아주고
보나마나 나가리.
내 안의 나
내 밖의 나
날마다 먹고살자 난장판에 나서지만
여린 마음 물러 터진 부처님 가운데 토막이라
이리 뒹굴 저리 뒹굴
보나마나 빈 주머니.
<0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