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값
犬毛/趙源善
아이야
가슴에 손을 얹기 싫으면.
어물전의 망신은 한물 간 생선 때문이지
결코 떨이로 판 멀쩡한 꼴뚜기 죄는 아니야
순전히 잔돈푼에 눈이 어두운 아비의 어리석은 장삿속 탓이란다.
눈 뜨면 비린내만 맡다 보니
제 것도 아니면서 돈 냄새에 신나 떼 부자 된 양
새 길 뚫어 새 땅에 새 집 지어 이사 간다고 미쳐 돌아
팔랑개비 휘파람을 바람이라 휘둘려 잡혀 굴 파다말고 헤매질 않나
남의 제사상에 헛소리 고래고래 지르는 정신 나간 수작에 얻어터지며
이리 긁어 저리 긁어 없는 주머니만 들들 훑어 짜내 챙겨
여기저기 이놈저놈 해먹은 큰 구멍 되는대로 허둥지둥 메우고
쉬파리 쫓아 파리채로 아무나 뺨 때리질 않나
으쓱으쓱 촐랑촐랑 간덩이 부어 날치더니만
기어이
좌판 홀라당 들어먹었다
으 아
쇠귀에 경을 읽은 지 사년인데 아직도 입만 살아 주절주절
꼴값을 해요.
그들이 마냥 눈 감은 듯 더듬거리는 건
그들이 한걸음 씩 조심조심 발을 내 딛는 건
그들이 배고픈 허리끈을 부쩍 조이는 건
그들이 땡볕에 말없이 길게 줄을 서는 건
그들이 한 뼘 하늘아래 끊임없이 땀 흘리는 건
그들이 개미라서가 아니다
그들이 그들 나름대로 그들 세상을 살기위한 심오한 고등전술이니.
그럼
손에 가슴을 얹으려무나.
<0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