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꼴값

犬毛 - 개털 2006. 6. 3.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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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값

犬毛/趙源善




아이야

가슴에 손을 얹기 싫으면.



어물전의 망신은 한물 간 생선 때문이지

결코 떨이로 판 멀쩡한 꼴뚜기 죄는 아니야

순전히 잔돈푼에 눈이 어두운 아비의 어리석은 장삿속 탓이란다.


눈 뜨면 비린내만 맡다 보니

제 것도 아니면서 돈 냄새에 신나 떼 부자 된 양

새 길 뚫어 새 땅에 새 집 지어 이사 간다고 미쳐 돌아

팔랑개비 휘파람을 바람이라 휘둘려 잡혀 굴 파다말고 헤매질 않나

남의 제사상에 헛소리 고래고래 지르는 정신 나간 수작에 얻어터지며

이리 긁어 저리 긁어 없는 주머니만 들들 훑어 짜내 챙겨

여기저기 이놈저놈 해먹은 큰 구멍 되는대로 허둥지둥 메우고

쉬파리 쫓아 파리채로 아무나 뺨 때리질 않나

으쓱으쓱 촐랑촐랑 간덩이 부어 날치더니만  

기어이

좌판 홀라당 들어먹었다

으 아

쇠귀에 경을 읽은 지 사년인데 아직도 입만 살아 주절주절

꼴값을 해요.

  

그들이 마냥 눈 감은 듯 더듬거리는 건

그들이 한걸음 씩 조심조심 발을 내 딛는 건

그들이 배고픈 허리끈을 부쩍 조이는 건

그들이 땡볕에 말없이 길게 줄을 서는 건

그들이 한 뼘 하늘아래 끊임없이 땀 흘리는 건

그들이 개미라서가 아니다

그들이 그들 나름대로 그들 세상을 살기위한 심오한 고등전술이니.



그럼

손에 가슴을 얹으려무나.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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