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홀
犬毛/趙源善
어느 구리 구리한 날 - (남들이 노는 토요일이라 부르는)
아무도 모르는 오로지 나만의 공간空間과 차원次元을 가지고 싶어
궁리窮理 끝에
엄청난 짓을 저지릅니다.
벽시계의 얼굴에서 흔하디흔한 1부터 12까지의 눈알들을 다 파내고
시침 분침 초침까지 거들먹거리는 터럭들도 다 분질러 뽑아 버립니다.
히 히 히 히 -
면상을 대패질 당한 놈은 이제 시간의 개념槪念을 잃고 오로지 찰칵거리며
부들부들 소리로만 웅얼거릴 뿐입니다.
결코 겉으로는 움직이지 않고, 단지 속으로만 노래하는 음성音聲의 시간은
공간을 기계적으로 또각또각 삽질합니다.
퍼내고 또 퍼내고 또 퍼내고
흩뿌려지는 모든 추억追憶은 여기에선 당연히 지금입니다.
현재現在를 병째로 나발 부는 이 순간瞬間
문득 발뒤꿈치부터 터질 듯한 희열喜悅이 메아리처럼 뇌리腦裏를 향합니다.
차원은 전후前後 좌우左右 상하上下 고저高低 장단長短 냉온冷溫 시종始終이 없습니다.
흰 슬픔이나 검은 기쁨이나 그 안에 어우러지면 테이프의 빛깔이 사라집니다.
아 아
나는 바야흐로
33이나 44나 55라는 숫자의 의미를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며
무한無限으로 번져가는 아찔한 쾌감快感을
침과 오줌으로 범벅이 되어 만끽滿喫합니다.
나는 한달에 두 번 방문을 닫아걸고 이 짓을 감쪽같이 은폐隱閉하기로 합니다.
이건 정말
아무도 몰라야 할
나만의
상큼한 비밀秘密입니다.
<06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