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물
犬毛/趙源善
만만한 것은 상머리에 오롯한 나我의 술잔盞이고
두려운 것은 뒷머리에 꽂힌 남他의 시선視線이다.
이불 돌돌 말고 죽어라 버티는 놈
창문 활짝 열고 요 자락 잡아 들치는 년
어이구야-
아침마다 낄낄 종알종알 쿵덕쿵덕 호호
앗다 어쩌다 한 번 하는 게 사랑싸움이지
눈꼴 시려 어디 보겠나.
아서라! 아가야!
세상世上이 홀라당 뒤집힌 까닭에
남의 시선 무서워 내 술잔 마다하면 네 서방 사람 꼴 못 한단다
놔두면
그러다 제풀에 까부라져 그 속에 자지러질 터이니
꿀물이나 한 대접 타 주거라.
아,
겨울이면 어떻고
봄이면 또 어떻단 말이냐?
<06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