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斷指
犬毛/趙源善
흰 종이위에 내 두 손을 정성껏 그린다.
제1일 - 오늘 나약한 나를 비웃으며 오른손 엄지손가락을 잘라낸다
나는 양손 짝짝이 병신이 된다
제2일 - 오늘도 또 나약한 나를 비웃으며 왼손 엄지손가락을 잘라낸다
나는 양손 똑같은 병신이 된다
제3일 - 오늘도 또 나약한 나를 비웃으며 오른손 집게손가락을 잘라낸다
나는 또 양손 짝짝이 병신이 된다
제4일 - 오늘도 또 나약한 나를 비웃으며 왼손 집게손가락을 잘라낸다
나는 또 양손 똑같은 병신이 된다
제5일 - 오늘도 또 나약한 나를 비웃으며 오른손 가운데손가락을 잘라낸다
나는 또 양손 짝짝이 병신이 된다
제6일 - 오늘도 또 나약한 나를 비웃으며 왼손 가운데손가락을 잘라낸다
나는 또 양손 똑같은 병신이 된다
제7일 - 오늘도 또 나약한 나를 비웃으며 오른손 약손가락을 잘라낸다
나는 또 양손 짝짝이 병신이 된다
제8일 - 오늘도 또 나약한 나를 비웃으며 왼손 약손가락을 잘라낸다
나는 또 양손 똑같은 병신이 된다
제9일 - 오늘도 또 나약한 나를 비웃으며 오른손 새끼손가락을 잘라낸다
나는 또 양손 짝짝이 병신이 된다
제10일 - 오늘도 또 나약한 나를 비웃으며 왼손 새끼손가락을 잘라낸다
나는 또 양손 똑같은 병신이 된다
나는 손가락 단 하나도 남지 않은 가련한 조막손을 번쩍 들어올려
목이 터져라
결코
나약하지 않은
만세를 부른다.
이제
나는 완벽한 병신이다.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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