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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斷指

犬毛 - 개털 2005. 12. 26.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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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斷指

犬毛/趙源善



흰 종이위에 내 두 손을 정성껏 그린다.


제1일 - 오늘 나약한 나를 비웃으며 오른손 엄지손가락을 잘라낸다

        나는 양손 짝짝이 병신이 된다


제2일 - 오늘도 또 나약한 나를 비웃으며 왼손 엄지손가락을 잘라낸다

        나는 양손 똑같은 병신이 된다


제3일 - 오늘도 또 나약한 나를 비웃으며 오른손 집게손가락을 잘라낸다

        나는 또 양손 짝짝이 병신이 된다


제4일 - 오늘도 또 나약한 나를 비웃으며 왼손 집게손가락을 잘라낸다

        나는 또 양손 똑같은 병신이 된다


제5일 - 오늘도 또 나약한 나를 비웃으며 오른손 가운데손가락을 잘라낸다

        나는 또 양손 짝짝이 병신이 된다


제6일 - 오늘도 또 나약한 나를 비웃으며 왼손 가운데손가락을 잘라낸다

        나는 또 양손 똑같은 병신이 된다


제7일 - 오늘도 또 나약한 나를 비웃으며 오른손 약손가락을 잘라낸다

        나는 또 양손 짝짝이 병신이 된다


제8일 - 오늘도 또 나약한 나를 비웃으며 왼손 약손가락을 잘라낸다

        나는 또 양손 똑같은 병신이 된다


제9일 - 오늘도 또 나약한 나를 비웃으며 오른손 새끼손가락을 잘라낸다

        나는 또 양손 짝짝이 병신이 된다


제10일 - 오늘도 또 나약한 나를 비웃으며 왼손 새끼손가락을 잘라낸다

        나는 또 양손 똑같은 병신이 된다


나는 손가락 단 하나도 남지 않은 가련한 조막손을 번쩍 들어올려

목이 터져라

결코 

나약하지 않은

만세를 부른다.


이제 

나는 완벽한 병신이다.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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