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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척 낚기

犬毛 - 개털 2005. 9. 21.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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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척 낚기  

犬毛/趙源善



낚시를 가자고

아내와 개를 슬쩍 꼬드기면

그건 이미 낚시를 가려는 게 아닌 걸.


참기름 바른 주먹밥 두개 들고

달랑 따라 나서며

속 모르고 둘이 다 꼬랑지 흔드니

나 시큰둥한 줄

아는지 모르는지.


부릉부릉 

일명 드라이브 낚시 출발!

강바람 참 좋다

<한 상자 오천 원> - 글씨 무지 크고

<부터> - 조그맣게 써서 잘 안 보여

<만원어치 사과 샀어요, 추석 지나면 이렇게 싼 걸>

<호 호 호>.


그늘지고 물 맑은 냇가 깨끗한 그늘

돗자리에 방석 깔고 주먹밥에 사과 깎아 커피까지 끓여 올려야

어이구야

겨우 낚싯대 두 대 펴고

떡밥 반죽하면

파랑 물 냄새 가슴 저며

첨벙 흰 하늘이 눈에 들어와

아 아

맥주 한 모금에 온 마음이 푸근한 데

언뜻

어 어

저기 저 

붕어가 나를 잡으려

붕어가 나를 향해

붕어가 낚시를 던진다.


<뭘 잡았어? 눈먼 고기? 당신은 맨 날 그냥 앉아만 있남?>

이건 그만 가자는 모종의 신호

주섬주섬 보따리를 챙겨야지

이리하여 

아내 덕에 내가 붕어에게 낚이는 걸 피했으니

천만다행

허 허 허.


오늘

나는 월척 아내를 사랑으로 낚았고

아내 역시 월척 남편과 덤으로 싱싱한 사과까지 낚았으니

대성공이라.<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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