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척 낚기
犬毛/趙源善
낚시를 가자고
아내와 개를 슬쩍 꼬드기면
그건 이미 낚시를 가려는 게 아닌 걸.
참기름 바른 주먹밥 두개 들고
달랑 따라 나서며
속 모르고 둘이 다 꼬랑지 흔드니
나 시큰둥한 줄
아는지 모르는지.
부릉부릉
일명 드라이브 낚시 출발!
강바람 참 좋다
<한 상자 오천 원> - 글씨 무지 크고
<부터> - 조그맣게 써서 잘 안 보여
<만원어치 사과 샀어요, 추석 지나면 이렇게 싼 걸>
<호 호 호>.
그늘지고 물 맑은 냇가 깨끗한 그늘
돗자리에 방석 깔고 주먹밥에 사과 깎아 커피까지 끓여 올려야
어이구야
겨우 낚싯대 두 대 펴고
떡밥 반죽하면
파랑 물 냄새 가슴 저며
첨벙 흰 하늘이 눈에 들어와
아 아
맥주 한 모금에 온 마음이 푸근한 데
언뜻
어 어
저기 저
붕어가 나를 잡으려
붕어가 나를 향해
붕어가 낚시를 던진다.
<뭘 잡았어? 눈먼 고기? 당신은 맨 날 그냥 앉아만 있남?>
이건 그만 가자는 모종의 신호
주섬주섬 보따리를 챙겨야지
이리하여
아내 덕에 내가 붕어에게 낚이는 걸 피했으니
천만다행
허 허 허.
오늘
나는 월척 아내를 사랑으로 낚았고
아내 역시 월척 남편과 덤으로 싱싱한 사과까지 낚았으니
대성공이라.<05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