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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미봉책彌縫策

犬毛 - 개털 2005. 6. 30. 19:08
미봉책彌縫策<犬毛/조원선>


언제부터인가
그들이 구어 낸 뭉툭한 메스에 의해
밤하늘 별들이 몽두리 누렇게 去勢당한 사실.

은하수 꺼이꺼이 우는 소리
씨 발려낸 무수한 별들
이제는 봄바람피울 기운도 잃고
조간신문 활자위에 自慰로 흐물흐물 쏟아
비실 비실
꼬리조차 못 흔드는 情蟲으로
어제 서러운 이야기를 덮어버린다
잉크 번져가는 무참히 잘린 希望들.

일단은
아인트호벤의 둥근 축구공이 못내 아쉬워
여전히 둥둥 떠다니는 러시아의 썩은 기름이랑
술이 더듬은 게 어깨요 허벅지라 기억이 안나
보고 배운 대로 주먹질하는 애들은 죄를 모르지요
허우대 좋은 간판만 殿堂이고 藝術은 뒷전
반짝 빛나는 건 碑石 닦는 아줌마의 하얀 마음뿐
등굣길 막힌 임대아파트는 이래저래 서러워
노래나 부르지 그림이나 그리던 가 돌은 왜 던져서
가위 아니면 바위 아니면 보 셋 중 하나가 암이라고 우리!
비이엠더블유 어떤 防彈장난감은 억이 세 개 넘는다고
오늘도 또 가슴만 툭탁툭탁
내 주제에
그러면 뭘 하나 뭘 어쩐다고
나이에 떼밀려 허위허위
안팎으로 눈치 보며 받는 멀건 밥상머리
허연 건 종이고 꺼먼 건 글씨 가물가물
일단은
수저 들어봐도
밥 들어갈 머리통 벌써 터졌으니
쉰 김밥 같은 지하철냄새 속에 기우뚱 흔들리다보면
별안간 눈앞으로 자빠져오는 거대한 돌기둥
출근길 아랫도리는 봉급봉투처럼 후둘 후둘 떤다.

이래서
오늘 저녁
허기진 뱃구레에 소주를 콸콸 붓고
쌍꺼풀 째진 훈제 소시지를 질겅질겅 씹으며
꼬리달린 希望을 위해
그들이 열어놓은 내 머리 뚜껑을
일단은

닫아야 한다.(05.04)

출처 : 미봉책彌縫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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