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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장모님 찌찌

犬毛 - 개털 2005. 6. 30. 16:03
장모님 찌찌

여든이 넘으신 아내의 엄마 -내 장모님.

아내 네 살 때 홀로 되어
막내처남은 아부지 얼굴도 몰라
단벌 당꼬바지에 갑바 돈주머니차고
시장바닥 악다구니로 훑어
일수 겨우 찍으면 계 깨지고
피땀내 나는 돈 꿔주면 떼이기 다반사
울며 불며 사남매 바라지 바라지 하셨단다.
큰 며느리 작은 며느리 어찌 어찌 나 모르는 사연도 많아
궁리 끝에 깨끗한 원룸 얻어 이틀걸이 드나든 게 이년 째
큰처남 제 엄마 두고 이민 간다고
시름시름 가슴 답답다 하시더니
내리 꽂힌
유방암 진단.
밤새 질질 우는 아내에게
“아부지 엄마 다 여윈 나도 있구만. 당신 엄마
찌찌 하나 떼어내도 한개는 남잖아. 허 허 허“
난 말주변이 없다.
밤낮없이 시시때때 들랑거린 딸 사위는 개털이고
마취 깨어 눈 뜨시자 젤루 먼저 찾는 건
당신 떼놓고 딴나라로 뜨겠다는 “아들! 아들!”이더라고
아내는 못내 서러워 또 섭섭해
“내가 어서 죽어야지 자식들에게 짐만 되고 늘그막에 이게 원.....
무슨 피는 날마다 한양재기씩 나오누.....그래서 기운이 없나벼“
“피는 자꾸 새로 만들어지니 아무 걱정 마세요”
아 아 아뿔싸 난 말주변이 없다 정말로.
장모가 나 없을 때 큰처남에게 그러시더란다.
“사위는 역시 남이여”
내 나이도 오십이 넘었는데
그렇다.
그놈의 속담이 멀쩡한 사람 밸을 확 꼴리게 만든다.

그렇지만
나는
정말로
장모님 곁에 누워
하나 남은 장모님 찌찌를 슬며시 만져보고 싶다.
(0503.犬毛.)

출처 : 장모님 찌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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