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20년)

흡혈귀 축제

犬毛 - 개털 2020. 9. 18. 11:19


흡혈귀 축제
견모 조원선


얼굴 시뻘건 흡혈귀들 한 떼가 모여 가을 대운동회한다.
산사람 목의 피빠는 귀신년놈들인지라 홀라당 벗어부치고 알몸으로 기고만장 지랄발광 안하무인 난장판이다.
달리는 귀신년놈이나 응원하는 귀신년놈이나 눈 찢어지고 입 삐뚤어지고 기름진 배때기 늘어뜨리고 침 질질흘리며 말도 안되는 헛소리 나불나불 고래고래 악악거리며 출렁출렁 디룩디룩 덜렁덜렁 신나서 날뛰는 게 한결같이 다 똑 같다.
비린내 구린내 지린내 썩은내가 진동한다.
시커먼 구름이 몰려온다.
미친 흡혈귀 년놈들이 파란 하늘을 완전 뒤집어엎는다.

바야흐로 뼈만 앙상한 시뻘건 가을이다.
(20.09)

'詩 (2020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엄마  (0) 2020.09.19
아무나  (0) 2020.09.18
아름다운 추억  (0) 2020.09.17
잠자리  (0) 2020.09.17
귓구멍  (0) 2020.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