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1년)

조약돌

犬毛 - 개털 2011. 2. 18. 16:14

조약돌

犬毛 趙源善



산책길에 

중앙상가 앞 양지쪽 화단 모퉁이 전망 좋은 바위 위에 덩그마니 놓인

그냥 대수롭지 않은 동그란 조약돌 한 개를 주워와

아무렇게나 군자란 화분 위에 던져놓았는데

이상하게도 

날마다 

밤새도록 

집 채 만한 바위덩이가 내 몸을 타고앉아

무자비하게 짓누르는 악몽에 시달려

이불까지 온통 땀투성이로 흠뻑 젖어버리는 지라

원인을 찾아 이리저리 곰곰 고민 끝에

퍼뜩 저 조약돌이 어미 품에서 편안히 사람구경을 하고 싶은가보다 하는 생각이 떠올라

얼른 원래 있던 바로 제자리에 가져다 놓았더니

언제 그랬느냐며 악몽이 그만 씻은 듯 사라져버려

늘 지나다니며

혼잣말로 조약돌과 중얼중얼 문안인사를 나누던 중

어제 만나고 바로 오늘 어디론가 사라져버렸으니

아마도 이 밤부터

누군가 

지독한 악몽에 시달릴 것이 분명하여

심히 걱정하다가

오싹 소름까지 돋는데

아무튼 

세상 모든 것은

반드시

정해진 제자리에 있어야 한다.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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