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20년)

임금놈의 밥상

犬毛 - 개털 2020. 3. 21. 12:23

 

임금놈의 밥상

견모 조원선

 

배부른 임금놈이 배고픈 백성들에게 밥을 판다. 안보고 먹어야 참맛을 안다며 눈을 칭칭감아 가려놓고 숟가락 하나만 달랑 쥐어준다. 반찬종지 딸그락 딸그락 늘어놓는 소리 들려주고 구수한 냄새만 왕창 풍겨주더니만 더듬더듬 몇 술 뜨기도 전에 뒷줄 길다고 사정없이 끌어 내어 밖으로 내친다. 피같은 돈은 선불로 뜯기고 배는 여전히 곯아서 비틀비틀 어지럽다.

평생 처음 받아본 임금놈의 밥상 ㅡ 이거 말짱 사기다.

차라리 배부르게 실컷 먹는 개밥이 낫다.

이런 염병헐!

(20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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