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20년)

자리

犬毛 - 개털 2020. 1. 26. 13:36

 

자리

견모 조원선

 

있을 자리에 있으면 제값이고

아닌 자리에 있으면 똥값이다

 

들판 산책길 물도랑 밭담 위에 웬 냄비뚜껑 하나 덩그라니 앉아있다

난 잠시 로댕이 되어본다

신기하다

우주인 비행접시의 불시착같다

 

그러고보니

과연, 나는 제자리에 있는 걸까?

하루종일 내 머리 위에 냄비뚜껑이 우뚝 자리잡았다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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