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9년)

4000원

犬毛 - 개털 2019. 11. 14. 11:22

 

 

 

4000원

견모 조원선

 

오래도록 연락이 안된다고 친구를 버릴 수는 없다. 페이스북 친구는 수천명이니 꼴리는 대로 정리(?)할 수 있겠지만.

 

옷정리는 가능하다.

안방 장롱속의 아내 옷이 너무 많아 빽빽하다. 나도 아내도 옷을 정리해야한다. 제주내려와 살면서 모양내며 옷 입을 일이 없으니 몇년 동안 안 입은 옷이 부지기수. 먼저 아내 꼬드겨 정리했다. 입을 옷, 버릴 옷, 나눠줄 옷으로 구분. 아내가 옷을 하나씩 집었다 놓았다하며 추억에 잠긴다. 섭섭한 가 보다. 난 옆에서 버려! 버려! 바람잡고. 못 할 일이다. 끌끌.

청바지 주머니 속에서 8000원이 나왔다. 아내가 활짝 웃는다. 똑같이 나눠갖자면서 4000원을 내민다. 내 마누라 참 예쁘다. 허허허.

 

이 돈 4000원의 가치는 무한하다. 사랑값이다.

우리는 날마다 이렇게 산다.

(19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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