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질
犬毛 趙源善
배웠으니 참고 가르쳤으니 참고 얘기 안 되니 참고 수준 안 맞으니 참고 뜨거워도 참고 차가와도 참고 졸려도 참고 지겨워도 참고 더러워도 참고
아니꼬워도 참고 치사해도 참고 메스꺼워도 참고 아파도 참고 져도 참고
글 쓰니까 참고 술 먹으니까 참고 젊으니까 참고 나이 먹었으니까 참고
믿는 사람이니까 참고 내가 잘 생겼으니까 참고 살아야하니까 참고
하늘도 땅도 바다도 해도 달도 별도 구름도 바람도 파도도 비도 참고
앞에서 뒤에서 옆에서 위에서 아래에서 여기 저기 이것 저것 참고
모조리 참아야 복이 있다고
그래서 무조건 다 참다보니.
파도 넘실대는 방파제에 홀로 쭈그려 앉아
지지리 꾹꾹 참고 꼬아온 육십육년의 새끼줄을 우웩우웩 토하는데
꾸역꾸역 색색가지 끌려나오는 건더기들이 밑도 끝도 없다
눈물까지 피처럼 방울방울 솟는데
비실비실한 오줌줄기는 가늘다 못해 실처럼 길다
문득
잘 견뎌온 세월이 오싹 소름끼친다
얼마나 더
참아야 하나?
저승사자는 언제쯤 입질할까?
<1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