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9년)

천사

犬毛 - 개털 2019. 4. 22. 11:19

 

천사

견모 조원선

 

내 천사는 머리만 눕히면 어디서든 바로 잠이 들어 이내 코를 골아댄다. 나는 천사의 베개를 살짝 빼거나 아니면 천사의 발치로 거꾸로 눕거나 또는 아예 귀마개를 하거나 그래도 안되면 텔레비전을 켠다.

문제는 천사가 코를 안 골 때다. 나는 머리털이 쭈삣 곤두선다. 얼른 천사의 코끝에 손을 대어보거나 바로 천사의 가슴에 내얼굴을 묻어보고서야 안심한다. 어리섞은 내 습관이다.

 

내 천사는 눈만 뜨면 웃는다. 뭐가 그리도 재미있는지 하루종일 깔깔거린다. 세상 일이 어떻게 당신 뜻대로 돌아가겠냐고하면서 다 접고 그냥 웃으란다. 산책하다말고 고사리 따면서 숲으로 기어들어가 안 나오기도하지만 내가 화를 내봤자 전혀 안 통한다. 그래서 내가 살이 안 찌는 지도 모르지만. 허 허 허. 이거 참.

 

아무튼 좋다.

내 천사의 날개는 정말 포근하다. 천사와 사는 나는 늘 행복에 바빠서 잠시도 불행할 틈이 없다.

나는 이렇게 천사와 산다.

(19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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