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0년 6월-12월)

이어폰

犬毛 - 개털 2010. 11. 10. 13:16

이어폰

犬毛 趙源善

 

 

길이던 지하철이던 아무데서나 이어폰을 낀 사람이 참 많다

내게 뭘 달라하지도 않는데 공연히 이어폰 낀 모양이 밉다

주차장에서 이어폰을 하나 주웠다

귀에 이어폰을 낀다

줄만 늘어진 이어폰에서 소리가 들릴 리 없다

벙어리 이어폰이지만 발로 박자를 맞추며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중얼거린다

마치 이어폰 속에서 진짜로 음악이 흘러나오는 것 같다

남들이 이어폰 끼고 흥얼거리며 몸을 흔드는 나를 바라본다

나의 이어폰 낀 모습이 꽤 괜찮은 모양이다

이어폰은 쓸모없는 남의 한심한 수작들을 사정없이 죽여준다

이어폰 덕분에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나 자신과 이야기를 나눈다

이어폰이 이래서 좋은 가 보다

물론 이어폰 줄의 빈 꼭지는 반드시 주머니 속에 꼭 넣어야 한다.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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