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7년)

이렇게 산다 ㅡ 제주의 하루

犬毛 - 개털 2017. 2. 22. 10:46

 

 

 

 

 

 

 

 

 

 

 

 

 

 

 

 

 

 

이렇게 산다 ㅡ 제주의 하루

견모 조원선

 

아내랑 들에 나가 야생갓을 뜯어왔다. 아내가 깍두기를 담그는 동안 나는 말라버린 고춧대를 뽑았다. 한여름 가을 겨울까지 고추 실컷 따 먹었다. 고춧가루도 빻고.

뜰안에 봄소식. 매화꽃 앙증맞다. 수국도 눈 뜨고. 수선화 꽃 피우고.

막걸리 돌탑과 막걸리 돌담과 잡동사니 돌담 또한 건재하고.

몽이도 둥이도 여전히 씩씩하고.

하얀 집 ㅡ 개털왕국도 정정하고.

무우도 생강도 잘 말랐고.

대피 중인 부레옥잠도 무사하다.

깍두기 안주로 또 막걸리 마신다. 좋다.

 

하늘이 슬슬 어두워진다 ㅡ 어지러운 시국처럼 ㅡ 난 잊으려 애 쓰지만.

제주섬에 둥둥 떠서 사는 나!

어쨌든 난 그저 행복하다. 제주 막걸리만 있으면.

허 허 허.

날 욕하지 마시라.

(17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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