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여행기 2
犬毛 趙源善
제 5 일
호놀룰루 동물원.
카피올라니 공원 옆 몬사랏 애비뉴에 위치. 16만 2천 평방미터. 2000마리 이상의 동물.
무척 넓은 공원 안에 아주 가까이에서 동물들을 볼 수 있게 시설을 꾸밈.
입구는 초라해 보이더니 들어가니 무척이나 넓다. 홍학부터 시작하여 하와이의 상징 새인 네네와 앵무새 공작 타조 등의 조류. 악어류 도마뱀류. 호랑이 사자 치타 아프리카들개 등의 육식동물류. 하마 물소 코뿔소 코끼리 등 대형 동물. 기린 사슴 얼룩말 등의 초식동물류. 원숭이 오랑우탄 등등 대소 동물들이 즐비하다.
또한 잘 가꾸어진 정원과 잔디밭과 정원수들이 참 아름답다. 출구 옆에 무지개 색을 띤 큰 나무의 껍질이 참 신기하다. 기념품점에 잠시 들렀으나 값이 너무 비싸다.
점심 식사 후에 잠시 수영복을 입으러 호텔에 간다. 마침 방 청소를 마치고 나오던 룸서비스 아주머니와 마주친다. 그냥 한국인인 것 같다는 생각이 얼핏 들었는데 잠시 후에 노크소리가 들린다. 테이블 위 과일 바구니에 꽂힌 내 이름을 보고 몹시 놀라 가슴이 콩콩 뛰었노라고. 조원선 선생님 맞느냐고 묻는다. 이리하여 삼십년 쯤 전의 옛 제자를 만나는 기이한 경험을 한다. 자세한 얘기는 뒤에 전하기로하고.
와이키키 비치.
호텔 로비에 준비된 비치타월을 들고 나와 오른 쪽으로 150미터 쯤 걸어 큰 길을 건너면 바로 야자나무아래 백사장이고 와이키키 비치다.
정말 아름답다. 다양한 피부색의 세계각국사람들이 많다. 튜브와 보드를 들고 아내와 친구가 바다로 뛰어든다. 파란 하늘에 파란 물빛. 하얀 백사장. 수영하는 사람. 멀리 서핑 즐기는 사람. 보트 타는 사람. 모래밭에 일광욕하는 사람. 찜질하는 사람. 산책하는 사람. 그야말로 남녀노소 총천연색이다. 이름 하여 지상의 낙원 - 태평양의 천국이다.
아무튼 오래살고 볼 일이다. 달력이나 그림책에서 본 바로 그 곳에 내가 벌거벗고 이렇게 몸을 담글 줄이야 어디 상상이나 했느냐 말이다. 하긴 세계적으로 유명한 다른 여행지도 다 그랬지만.
수심은 얕지만 파도가 커서 한쪽으로는 제방을 길게 쌓아 파도를 막아 놓은 곳이 있다. 이곳에는 노인과 아기들이 해수욕을 즐긴다. 곳곳에 샤워장과 탈의실과 음료수대가 있다. 행색 남루한 노숙자들도 자주 보인다. 그늘의 탁자와 벤치에는 연로한 남여 노인 분들이 둘러앉아 즐겁게 카드놀이를 한다. 햄버거 가게의 길게 늘어선 줄에는 노숙자도 태연히 질서정연하게 서 있다.
해가 기울기 시작한다. 약간 구름이 끼었지만 멋지다.
멀리 썬셋 디너크루즈가 보인다. 점점이 서핑 족도 보이고.
바다 위 구름 속으로 해가 지는 모습은 장관이다. 연신 카메라의 셔터를 누른다.
아쉬워하는 아내를 재촉하여 마지막 사진을 찍는다.
--------------------------------------
와이키키 비치
울긋불긋 여러 색깔
이런저런 시끄러운 지껄임
오만가지 즐거움과 시름들을
제가끔 실컷 쏟아 부어도
수평선 저 멀리부터 하얀 파도로 치밀고 달려와
눈 한 번 깜박 아니하고
끄떡없이
넓은 가슴으로 모든 것을 따사하게 보듬는
여기
이 바다
진한 쪽빛
아름다운 천국.
<1001>
--------------------------------------
자유인自由人
맨발이 그의 것이다
냄새가 그의 것이다
쓰레기통이 그의 것이다
보리수나무가 그의 것이다
카피올라니 공원이 그의 것이다
와이키키 비치가 그의 것이다
파도가 그의 것이다
바다가 그의 것이다
하늘이 그의 것이다
호놀룰루가 그의 것이다
하와이가 그의 것이다
미국이 그의 것이다.
구걸求乞의 자유마저 그의 것이다.
<1001>
---------------------------------------
인터내셔널 마켓 플레이스.
저녁에는 야시장엘 간다. 조명이 찬란하다. 조각품 액세서리 바람개비 장난감 옷 모자 등등의 온갖 잡화 기념품들이 점포와 행상좌판에 번쩍거린다. 대체로 길가의 점포는 비싸고 안쪽 골목의 좌판은 좀 싼 듯하다. 목걸이 몇 점과 조각조개와 얼굴목각을 사다. 잡화점에서 스포츠 용품(비행 원통)과 마술용품도 샀다. 시장 안쪽에는 먹거리 장터가 있다. ㄷ자 형태로 세계 각국의 요리점이 둘러싸고 있으며 가운데는 음식테이블이고 한쪽은 공연 무대이다. 음식점에서 자유로이 음식을 사들고 와 테이블에서 먹으며 원주민의 춤 공연을 관람한다. 여기서도 한국음식이 인기지만 아내와 나는 중국식 닭고기 튀김을 먹는다. 바삭바삭한 게 맛있다.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며 구경한다. 한국인임을 알고 말을 거는 경우가 있는데 상점의 한국교포 주인들은 그다지 우리에게 친절한 것 같지 않다. 하긴 장사꾼의 입장에서 보면 우리는 어쩌면 돈 많은 좋은 손님이 아닐 수도 있으니까. 다리가 아프다.
몹시 피곤하다. 밤바람이 좀 심하다.
내일 150석 짜리 비행기를 타고 빅 아일랜드 관광예정인데.
제 6 일
바람이 너무 심하여 빅 아일랜드 비행관광을 포기한다. 비용은 엄청난 절약. 다시 또 오기 어려운 곳이라 좀 아쉽다. 1인당 280불이니 아내 왈 저가여행으로 동남아를 다녀올만한 액수.
아내는 엉터리 가이드인 내게 시내관광을 제안한다. 아침을 먹고 택시를 잡아탄다.
차이나타운.
12불정도 나온다 하더니 19불의 요금.
시장 근처에 내리자마자 이상야릇한 중국특유의 냄새가 난다.
우리의 재래시장이다. 소박한 중국 사람들의 옷차림. 약간은 시끄러운 그들의 억양과 목소리. 백인이나 관광객들의 시장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어찌 보면 좀 지저분하기도 하지만 살아 꿈틀거리는 끈질긴 무엇을 느낀다. 아내가 오줌 마렵다고하는데 중국인들은 영어가 안 된다. 헤매던 끝에 백인을 만났더니 폴리스 박스에 가면 화장실이 있단다.
거기서부터 걸어 시내 중심가 문화거리를 지난다. 커다란 마켓에 한번 들어간다. 우리의 E마트 같은 곳. 가격은 저렴한 편이었다.
빌딩가를 지난다. 빌딩 앞에 분수와 정원과 휴게시설이 갖추어져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간이식을 사가지고 와서 담소를 나누며 점심식사를 한다.
이올라니 궁전.
엊그제 훌쩍 지나친 이올라니 궁전을 만난다. 정자와 정원. 고목과 궁전. 아름답다.
아내가 잔디밭에 누워 포즈를 취한다. 제가 아직도 젊은 줄 아는 아내가 귀엽다.
미국 내에 유일한 왕족의 왕궁이다. 하와이왕조의 역사를 보여준다. 예약관계로 안에 들어갈 수 없어 아쉽다. 잘 가꿔진 정원과 나무들이 참 곱다.
다시 택시를 타고 와이키키로 돌아온다. 바람이 몹시 강하다. 어제의 먹거리 장터로 간다. 오늘은 한식당으로 가서 양념불고기세트를 주문하니 교포인 여주인이 특별히 김치와 나물까지 서비스해 준다. 참 맛나게 먹는다. 호텔까지 걸어오며 거리를 구경하는데 강한 바람과 함께 빗방울이 떨어진다.
인연.
방문을 여니 테이블 위에 커다란 초콜릿상자가 놓여있다.
“조원선 선생님 오래도록 건강하세요. 제자 양 S A 드림.”
아 아! 세상을 살면서 가장 무서운 행복이 바로 인연이려니.
-------------------------------------------------------------------
우연偶然이냐 인연因緣이냐
여행 중에 북인도의 고속도로 황량한 벌판 이름모를 주유소 화장실에서
고등학교 동창 놈을 불쑥 만난 적이 있기는 하지만.
2010년 1월 25일 하와이 호놀룰루 와이키키 비치 어느 호텔에서의 일이다.
그녀는 내 방의 룸서비스 담당인데 청소 중에 서울본사의 여행사직원이 보낸 과일 바구니의
카드에 적힌 내 이름을 보고 깜짝 놀라 설마 하는 참에 외출했던 우리부부가 들이닥쳐 황급히
내 얼굴을 확인했지만 너무 당황하여 입이 안 떨어지더란다.
천천히 마음을 가다듬고 나서 다시 방문을 두드렸다고.
“선생님!” 하고 부르며 눈물이 글썽한 그녀는 결혼하여 이민 온지 꽤 오래이며
1981년과 82년(여고 1, 2학년 때) 2년을 계속 내게 배웠고 나를 몹시 좋아했다나(?).
1980년 내가 첫 교편을 잡은 학교의 그러니까 30년 전 제자다.
같이 늙어가는 나이.
명함 한 장을 건네주고는 스케줄에 쫓겨 금방 나와야했고 그녀는 한국에서 가족이 와서 내일부터 휴가란다. 미처 이름을 물어보지 못한 내 불찰을 후회하던 끝에 저녁에 데스크에 가서 사연을 밝히고 그녀의 이름을 물으니 김 S A - 도무지 기억할 수가 없다.
다음 날 일정을 마치고 돌아오니 커다란 초콜릿 선물 상자가 탁자위에 놓여있다.
“조원선 선생님 오래도록 건강하세요. 제자 양 S A 드림.”
아 아 그랬던가? 아마 부군의 성이 김씨였나 보다.
늘 그랬지만(?) 난 아내 앞에서 참으로 자랑스럽게 어깨를 으쓱했다 - 세계에 내 제자가 퍼져 있노라. 의젓하게 잘 커서 멋진 가정을 꾸려 열심히 일하고 씩씩하게 사는 사랑하는 내 제자.
마침 내 시집詩集 한권이 있어서 고맙다는 내용의 편지를 동봉하여 S A 에게 준다고 사인하여 포장했다. 지하층 룸서비스 본부를 찾아가 혀 짧은 실력으로 내가 그녀의 여고시절 선생이라 설명했더니 원주민인 듯한 대머리 남자가 자기 일처럼 놀라며 반가워한다.
돌아서는 가슴이 찌릿하다.
이건 결코 우연偶然이 아니다.
선생과 제자의 끊어질 수 없는 영원永遠한 인연因緣이다.
<1001>
---------------------------------------------------------------------
마지막 밤.
대충 짐을 꾸리고는 피곤해서 살짝 낮잠을 잔다. 여전히 비바람이 강하다.
저녁식사는 간단히 햄버거로 때우고 작은 집 둘째사촌동생인 원형이 부부를 만난다.
호텔 가까운 횟집에서 소주를 마시며 옛이야기를 나눈다. 신발류 사업을 한다고.
제수씨가 미인이다. 어렸을 때 귀엽던 녀석이 커서 제법 능글능글하다.
이제 50을 넘었으니 같이 늙는 처지지만.
하와이 대학에 다니는 아들놈이 학교에서 학비를 대주는 한국학유학생으로 뽑혀 내 모교인 고려대학교로 공부하러 온다고. 대견스럽다. 이곳에서 태어난 조카가 한국어에 아주 능통하다니.
취하진 않았지만 실컷 마신다.
난 진짜 행복하다.
아내와 함께 세계 각지를 여행 다니며 이렇게 가족 친지를 만나고
또 제자도 만나고.
마지막 밤을 아내와 이런저런 얘기를 두런거리다가 잠이 든다.
제 7 일
언제 그랬냐는 듯이 날씨가 쾌청하다.
약속시간보다 일찍 가이드가 도착하여 밴을 타고 공항으로 간다.
팁을 건네주고 작별의 악수를 나눈다. 남은 술과 라면, 고추장을 건넨다.
세상에! 해외여행 와서 술 남아보기는 처음이다. 아마 사촌 형제들이랑 술자리를 이틀 밤이나 가진 까닭이리라.
호텔 로비의 대한항공 사무소에서 미리 비행기좌석 수속을 마쳐서 공항에서 아주 수월하다.
이번에는 거의 맨 뒷자리로 가운데 4자리에 친구부부와 함께 앉았는데 화장실 가깝고 출입도 자유로우나 앞자리보다는 약간 흔들림이 강하다.
역시 습관대로 위스키를 청해 마신다. 바람의 영향으로 10시간 30분이 걸린다고.
영화를 두 편이나 보면서 졸다 자다 깨다를 반복하는데 허리는 아프고 종아리는 당기고 미칠 지경이다. 비행시간이 길면 이게 정말 싫다.
도착.
한반도에 접어든다. 포항상공을 지나 안동부근인데 난기류를 만나 몇 분 간 몹시 흔들린다. 불안하다. 기수를 되돌려 크게 한바퀴 선회하더니 안정을 찾는다. 인천공항의 활주로 곳곳에 눈이 보인다. 긴장이 풀린다. 무사히 귀환한다. 언제나 그렇듯이 마음이 푸근하다.
집에 도착한다.
맥이 반가워서 길길이 날뛴다.
딸애가 말하기를 어제 눈보라가 하도 심해서 인천공항에 비행기가 못 내려 회항하기도 했다고.
아 아! 뭐니 뭐니 해도 내 집이 최고다.
제일 좋다.
<끝>
'해외여행기(플래닛에서 이동)'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본 여행기 - 규슈(미야자키, 가고시마) 20110108 (0) | 2011.01.13 |
---|---|
하와이 여행기 1 <100122-29> (0) | 2010.02.02 |
스페인 포르투갈 여행기 3 (0) | 2009.09.04 |
스페인 포르투갈 여행기 2 (0) | 2009.09.03 |
스페인 포르투갈 여행기 1 <090809-17> (0) | 2009.09.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