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기(플래닛에서 이동)

스페인 포르투갈 여행기 1 <090809-17>

犬毛 - 개털 2009. 9. 2.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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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포르투갈 여행기 1 <090809-17>

犬毛 趙源善



언제나 그렇듯이 여행 떠나기 전 가방 꾸리기는 낚시 떠나기 전 또는 천렵 떠나기 전에 채비 차리는 것과 똑 같다. 한 가지씩 사용처를 생각하며 차곡차곡 쟁여야 하는데 해외여행 때는 한번 쓸 물건이라면 필수적인 것이 아닌 이상 과감히 생략해야 한다.

짐을 꾸린다는 것. 참 골치 아프다. 넣었다가 뺐다가 다시 넣는다.

아내는 늘 제 짐만 느긋이 챙기고는 현지에 가서 느닷없이 우산 내놔라 뭐 내놔라 호통이니 항상 내 짐만 복잡하다. 베테랑 여행가는 짐이 가볍다는데 난 그렇지 못하다.


12시간을 간다. 이륙할 때부터 걱정이 앞선다. 고질병으로 허리는 아프고.

갈 때는 암스테르담까지.

하늘 길의 항로를 육로로 그리자면 대략,

인천-서해-북경-울란바토르-이르크추크-사얀산맥-노보시비르스크-우랄산맥-모스크바-상트페테르부르크-발트해-함부르크-북해 모퉁이-암스테르담이다.


우랄산맥을 넘을 무렵까지 대략 5시간이 넘었다. 산맥을 넘을 때마다 비행기가 요동친다. 좀은 불안하다. 그동안 몸을 이리저리 꼬며 버티다가 도저히 견딜 수가 없어서 마지막 방법으로 맥주와 위스키를 여러 잔 청했다. 술 덕에 겨우 몇 시간 잠을 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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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멀뚱멀뚱 앉아만 있어야 한다는 사실

아무튼 부단히 참고 노력해야 버틴다.


바른 자세 기본

오른다리만 꼬기

왼다리만 꼬기

양반자세로 앉기

오른쪽으로 살짝 돌아 왼다리 올린 새우등 자세

왼쪽으로 살짝 돌아 오른다리 올린 새우등 자세

두 다리 다 올린 정면 새우등 자세

오른다리만 길게 뻗기

왼다리만 길게 뻗기

두 다리 다 길게 뻗기

테이블 펴고 베개 놓고 두 팔 올려 오른쪽으로 고개 돌려 엎드리기

테이블 펴고 베개 놓고 두 팔 올려 왼쪽으로 고개 돌려 엎드리기

테이블 펴고 베개 놓고 가운데 이마 대고 엎드리기

앞자리 등받이에 오른손 등 이마 기대기

앞자리 등받이에 왼손 등 이마 기대기

앞자리 등받이에 두 손 포개 이마 기대기

앞자리 등받이에 오른손 바닥 이마 기대기

앞자리 등받이에 왼손 바닥 이마 기대기

앞자리 등받이에 깍지 낀 손바닥 이마 기대기

오른 손 길게 들기

왼손 길게 들기

양손 길게 들기

오른 손 머리 뒤로 들어 팔꿈치 아래로 당기기

왼손 머리 뒤로 들어 팔꿈치 아래로 당기기

오른쪽으로 몸 비틀기

왼쪽으로 몸 비틀기

뒤로 길게 누워 온몸 뻗히기

오른 다리 깔기

왼다리 깔기

오른다리 세우기

왼다리 세우기

두 다리 다 세우기

앞자리 등받이 오른발 밀기

앞자리 등받이 왼발 밀기

앞자리 등받이 두 발 밀기.


별의 별 요상한 자세 다 취해 봤자 잠시 뿐

열두 시간 이상 견디려면 미칠 지경

아무 도움 안 되고 머리 돌기 시작하면

결국,

맥주 두 캔에 위스키 연거푸 넉 잔으로 의식을 놓아버린다

아 아! 땅에서나 하늘에서나

역시 술이 최고다.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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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스테르담공항. 작아 보인다. 일단 수하물만 들고 비행기에서 내려 2시간 정도 대기.

비행장직원 안내로 흡연자들만 대기실을 빠져나와 흡연실엘 갔는데 겨우 8평 남짓한 좁은 방에 골초 내외국인들이 빼곡히 들어차 후후 연기를 뿜어내며 너구리를 잡는다. 웃긴다.

다시 같은 비행기의 같은 좌석에 앉는다. 마드리드까지는 2시간 30분.

암스테르담-헤이그-브뤼셀-파리-보르도-피레네 산맥-마드리드의 항로.

아시아의 동쪽 끝 인천에서 유럽의 서쪽 끝 마드리드까지 대략 10000Km. 옛날 실크로드 육로로는 약 8개월 걸리는 거리.

인천에서 개통돼 있는 직항로 중에 남미와 미동부에 이어 3번째 먼 곳.


이베리아반도는 스페인(85%)과 포르투갈(15%) 두 나라. 석회암반 위에 형성된 주먹모양의 땅. 왼편 대서양쪽으로 해양성기후와 내륙 중앙의 사막성기후, 오른편 지중해 쪽으로 지중해성기후.


*스페인.

인구 4500만. 50만 평방 킬로. 정열의 나라. 태양의 나라. 365일중 360일 해를 볼 수 있다고. 사막성기후와 지중해성 기후. 세계문화유산 최다보유국. 그중 제일로 꼽는 것이 알타미라동굴 벽화이고 두 번째가 알함브라궁전. 2모작(다른 작물) 2작(동일 작물) 가능. 가장 살기 좋은 기후. 습하지 않고 눈, 비가 적어 문화유산이 잘 보호될 수 있었다고. 수도 마드리드.


*포르투갈.

인구 1100만. 서민적이며 거의 한국적. 코르크, 와인, 대리석이 3대 산물. 스페인과 접경. 국경길이가 1000Km. 800Km의 대서양 해안 중 400Km가 휴양지. 수도 리스본.


마드리드공항. 규모가 좀 커 보인다. 입국수속은 간단히 끝났다. 후끈한 열기. 대형 벤츠 관광버스.

앞쪽에 태극기도 붙였다. 시내를 슬쩍 거쳐 숙소로 향한다. 도로변 담이나 벽의 벽화가 이색적이다. 마드리드시 외곽에서 1박. 호텔은 보통정도로 수수하다. 야채와 빵 요구르트 햄 치즈 주스 커피. 몹시 피곤하다. 저녁 바람은 시원하고 선선하다.


8월 10일

마드리드 - 메리다(3시간 30분). 메리다에서 -리스본 거쳐 - 까보다로까(4시간 30분). 까보다로까에서 - 리스본(1시간).


저녁메뉴와 비슷하다. 입맛에 맞지는 않지만 억지로 먹을 만은 하다. 컵라면 하나. 8시 출발. 우리는 같은 호텔에서 또 묵는 일이 없기 때문에 매일 짐을 꾸려야 한다.

메리다는 스페인 서부 도시로 옛 로마시대의 유적이 많다. 원형경기장의 잔해를 본다. 많이 부서져 있고. 외부를 철망으로 막아 놓았다. 아무튼 대단한 모습이다.

오밀조밀한 메리다시가지를 걸어 식당으로 간다.

목 없는 벽의 조각품. 기념품 가게. 화려한 전동관광열차. 아내가 배가 아프단다. 걱정. 아내의 급체는 문젯거리다. 허둥지둥 어느 카페의 화장실을 찾아주고 그 앞에 쪼그려 기다렸다. 나온다. 웃는다. 다행이다.


엄청난 평원이다. 멀리로 넓은 올리브 밭과 그리고 도토리나무도 보인다. 땅이 넓은 나라에 오면 난 무조건 부럽다. 신이 이들에게 준 선물은 포도나무와 올리브 나무다. 5년에서 10년 사이에 열매를 맺기 시작하여 무려 130여 년간 수확한다. 연중 강수 400mm정도. 무농약. 풀이 자라지 않는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경계지역을 지난다. 경기도와 수원시 경계를 지나는 것과 같다. 무사통과다.

고속도로는 깔끔하다. 휴게소에 잠시 들리다. 아이스 바 값이 1유로가 넘고 콜라 한 병이 2유로가 넘는다. 1유로는 1700원 정도. 물가가 세다. 포르투갈에서 우리나라 영화 “괴물”이 흥행 1위였다고.

리스본을 스쳐지나간다. 떼쥬강의 다리는 세계 최장. 27Km.정말 까마득하게 길다. 다리 왼쪽은 대서양이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강의 도시는 서울. 한강은 가장 멋진 강이다. 자부심을 갖자. 두 번째가 바로 리스본이 가진 떼쥬강이다.


바다다. 대서양이다. 냄새가 난다. 감회가 깊다. 등대와 기념탑과 비석. 깎아지른 140m 절벽아래 바위에 부딪쳐 부서지는 하얀 파도. 우리나라 남해 땅 끝 마을이나 거제도 또는 제주도의 어느 해안 절벽 위와 조금 비슷하다. 아니 좀 못하다. 허 허 허. 대시인 누군가가 “여기가 땅의 끝이고, 바다의 시작이다.”라고 읊었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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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서양大西洋



허위허위

11000여Km 날고 달려

우뚝

이베리아반도 포르투갈 서쪽 땅 끝 까보다로까 140m 새까만 절벽 위에 섰다

쿵 쿵 쿵 쿵 가슴 뛴다

왕자 엔리케는 파도 속 하얀 거품으로 부서져 깊이 가라앉았고

그래서 선인장은 슬픈 눈물 꽃을 피우나보다

태양아래 번쩍이며 의연하게 넘실거리는 이 바다

태양아래 파랗게 묵묵히 압도하는 고요한 이 하늘

지금

내 발아래

나의 것이다.


문득

꿈틀꿈틀

아랫도리에서

엄청난 요의尿意가 치솟는다.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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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본까지 다시 1시간을 달린다. 리스본시 외곽에서 1박. 호텔은 정원과 수영장이 딸린 아담한 곳.


8월 11일

리스본시내관광 - 리스본 - 세비야(5시간)


리스본은 1755년 대지진 때 60만 인구 중 40만이 사망하고 200일간 불탔다는 참으로 불행한 도시.


대서양을 처음으로 횡단했다는 비행기 모형이 보인다. 날개의 문양이 나치 모양이지만 아무 관련이 없다고.

떼쥬강 가에 면해 웅장한 벨렘탑. 대단하다. 안이 잠겨있다. 옛날에는 물이 건물까지 들어왔다고. 입출항 수속. 때로는 감옥의 용도로도 쓰였다는데 참으로 멋지다. 대서양을 바라보며 우뚝 선 모습은 장관이다.

엔리케 왕자를 비롯한 마젤란 바스코다가마 등의 모습이 새겨진 기념탑 큰 조각상이 눈이 부시다. 광장 바닥 위 대리석에 그려진 전성기의 스페인을 자랑하는 세계지도가 붉은 색이다.

길 건너 맞은편에 제로니모스수도원이 보인다. 벨렘탑과 함께 세계문화유산. 수도원의 규모가 크다. 버스 한 정류장 정도의 길이는 되 보인다. 비공개.

한 블록 지나 끝머리 벨렘빵집을 가다. 역사에 빛나는 빵집이란다. 겉보기와 달리 빵집 안이 규모가 엄청나다. 미로같이 크고 작은 수많은 홀들이 많다.

마치 독립문 같은 건물을 지나 꼬메니쉬광장으로 들어선다. 리스본의 명동이란다. 거리카페가 쭉 늘어섰다. 전망탑이 하나 보인다. 좌우의 모든 건물이 다 석조건물이라 분위기가 고상하고 여기저기 행위예술 연기자들이 많다.10명 중에 현지인이 3명 관광객이 3명 소매치기가 3명 경찰이 1명이라고 한다. 잠깐 사이에 가이드의 서류가방을 들치기 당하는 사건이 있었다.

이곳은 네거리마다 동상이 있고 건물 앞마다 광장이 있어서 잠시 사진 찍으며 한눈팔면 가이드의 설명을 놓쳐버린다. 자유시간 동안 아내와 도란거리며 뒷골목을 누벼 몇 개의 기념품을 산다. 물건 값은 비싼 편이다.

높은 곳에 위치한 전망대공원에 올라 리스본 시가를 내려다본다. 멀리 떼쥬강이 아름답다.

4월25일 혁명을 기념하는 4.25 다리를 건넌다. 건너편 언덕에 커다란 예수상이 보인다.

리스본을 떠나 세비야로 향한다.

코르크나무밭 .밀밭. 올리브밭. 대리석 광산이 보인다. 다시 포르투갈과 스페인의 경계를 지난다.


8월 12일

세비야시내 - 꼬르도바(3시간) - 그라나다(3시간 30분).


세비야는 마드리드 남서쪽 약 540Km에 위치. 스페인에서 4번째 큰 도시. 마드리드(500만) 바르셀로나(460만) 발렌시아(80만) 세비야(77만). 과달키비르강 상류에 자리한 항구도시.


아침 일찍 지나는 길에 카르멘에 등장하는 여주인공이 일했던 담배공장을 본다. 현재는 대학이 사용한다. 과달키비르 강가로 나간다. 바로 여기서 마젤란과 콜럼버스의 배가 출발했다. 영광과 명예와 부와 권력. 역사라는 게 그렇다. 사람은 모두 죽는다. 결국 남는 건 이름뿐이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