쭉정이
犬毛 趙源善
제법 많이 커져서 등치가 그럴듯한 나의 진짜 속 알맹이가 문득 보고 싶어서
조심조심 한 꺼풀 껍데기를 벗기니 안에서 또 껍데기가 나오고
살금살금 벗겨도 또 다른 껍데기가 나오고
슬쩍 벗겨도 또 다른 껍데기가 나오고
대충 벗겨도 또 다른 껍데기가 나오고
확 벗겨도 또 다른 껍데기가 나오고
겹겹이 또 다른 껍데기가 계속해서 도무지 끝이 없으니
도대체 나라는 놈은 여태껏 살면서 껍데기만 자꾸 뒤집어썼나보다
과연 내 속에 숨은 알맹이는 그럼 얼마나 작을까?
혹 말라비틀어져 쭈그러들어 아예 빈 쭉정이가 아닐까하여 은근히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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