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밥통
犬毛 趙源善
내 비록 늙고 쭈글쭈글 찌그러졌어도
내 비벼주는 밥 먹고 잘 큰 애들 부지기수고
내 타는 오토바이 빛바래 낡았어도 아직 부릉부릉 힘 좋아
내 사전에 모르는 골목이나 숨겨진 번지 없이 씩씩하게 배달하지
내 속심 어찌 안다고 자꾸 구시렁거리는 가
내 항상 손 깨끗이 씻고 제일 좋은 재료만 사용한다니까
내 꺾어진 오십에 무슨 욕심이 더 있겠는 가
내 철밥통 공연히 흉보지 마라
내 이래 보여도 네 새끼 다 키워줬다
내 눈 안보여 제풀에 옷 벗고 가게 문 닫는 날까지
내 손 안에 새싹 보물들이 자라는 게야
내 주방에 재 뿌리면 안돼
내 하는 대로 그냥 놔둬 줘.
<08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