犬毛 趙源善
담 벽에 빌붙어 사는 것 같아도 결코 그게 아니야
그가 항상 내 든든한 바람막이지
나는 그의 가슴팍에 살포시
내 손 가는 대로 나긋나긋 간지럼 태우는 거야
여름내 초록으로 보듬어 실컷 애무하고는
가을로 여문 우리 사랑 새빨갛게 불 지피는 중이야
단풍아
네 저리 비켜 서거라
너야 그저 바람에 시달리며 디룽디룽 매달려 흔들리지만
날 봐라
사시사철 튼실한 서방 품 깊숙이 안겼다가
활활 타오르는
이 불꽃
고귀한 자태를.
<0710>1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