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구룡령

犬毛 - 개털 2007. 9. 24.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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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룡령

犬毛 趙源善



고도 일천의 구룡령을

허위허위 기어오르며

구불구불 오만 잡 때 눌어붙은 내 창자를 쥐어짜본다

안간힘으로 푸들거리는 사지가 가련하다

목덜미부터 등줄기를 거쳐 사타구니까지 땀으로 축축하다

엉거주춤 푸름의 꼭대기에 올라

아스라이 파랑의 하늘을 만나는 순간

오십 오년 막혔던 썩은 밑구멍이

단숨에 엄청난 오르가즘으로 터졌다

소름끼치는 이 전율

뻥 뚫린 가슴

뭉클뭉클 

뜨거운 피 솟는다.


날마다 헛배부른 가을이 낭만에 굶주린 나를 오랜 변비로 만들더니

소갈머리 없는 훤한 대가리를

휘황찬란한 달빛이

자칭 약손이라며 슬슬 쓰다듬는다.


고마운 일이다

그럭저럭

내일 추석이라니까

오늘밤엔 꼭 밀린 수염을 깎아야지.


구룡령이 나를 살렸다.

<0709>1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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