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델리 역驛에서

犬毛 - 개털 2007. 2. 11.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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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리 역驛에서

犬毛 趙源善



나를 진열장에 놓고 슬금슬금 사방을 살핀다.

플랫 홈마다 전후좌우 쭈그린 수백數百 천사의 눈동자들엔 원망이 한 치도 없다

이미 시간을 훨씬 지났어도 언제 온다간다는 기약도 없는 기차

쓰레기와 오물로 뒤덮인 철길 위 살찐 쥐들의 운동회를 말없이 바라보며

태연히 허리춤 풀고 뿌려버리는 하염없는 지린 냄새

울음을 잃어버린 말라비틀어진 아기

비참을 천으로 둘둘 감아 버린 여인의 드러난 맨발

차분히 가라앉은 알아듣지 못하는 안내방송만 벌레처럼 귓속을 들이파고

속수무책

해결의 방법이 없다

나야 어디를 가겠다고 뭘 보겠다고 놀러 나선 길이련만

눈에 보이느니 마치 전쟁터 피난민 같아서

문득 아우슈비츠를 생각했다

그저 기다리는

살아있다는 이유만으로

자꾸 기다려야하는 이들.


드디어 아홉 시간을 와글거리던 이해할 수 없는 긴 기다림의 끝이 와르르 무너져

내 살아생전

이 엄청난 무질서의 아수라장속에 내던져져

하늘이 노래지도록 뒤엉키어 이리 밀리고 저리 밀려 열차에 겨우 올라

이게 삶인 가 보다

이래야 이 나라사람 십삼억이 산다는 사실

달랑 벽에 매달린 이층침대에 헐레벌떡 누우니

묘한 인도 냄새

이제부터 열두 시간을 생각해보아야 한다.


중얼중얼 딩동-딩동 중얼중얼 딩동-딩동

쭈그린 발밑에 딱 마주쳤던 쥐의 눈동자가 너무도 생생하다.

<0702.인도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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