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저 살이
犬毛/趙源善
좌판에 던져진 자루 속 참 빽빽하다.
막걸리 세통 꾸역꾸역
말라붙은 쉰 김치 한 통
이 구석 - 웬만한 욕지거리 열 마디
저 구석 - 빳빳한 똥배짱 한 타래
위로 - 뱅글뱅글 잘도 도는 맷돌 같은 돌대가리 하나
아래로 - 한번도 안 닦은 찌그러진 통 구두 한 켤레
이 귀퉁이 - 웬일이냐 솜사탕 달짝지근한 향기 한 봉지
저 귀퉁이 - 얼큰한 해장용 왕 컵라면 팅팅 불은 찌꺼기
밑바닥 - 오랜 동안 털갈이한 해묵은 때 껍데기 수북
우로 - 아이구야 무시무시 비어져 나온 그런대로 피 볼 것 같은 날카로운 송곳
좌로 - 텅 빈 호주머니 뒤집혀 덜렁덜렁
앞으로 - 퀭한 눈알 두개 멀뚱멀뚱
뒤로 - 엉거주춤 구린내 모락모락 축 늘어진 불알 두 쪽 달랑.
마누라가 떨이로 내놓은 물건(?)이라
덤으로 개 목줄도 준다고
거저라도 가져가라고
아 아
해는 져-서 어두운데 -
어쩌나.
<0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