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헤어짐

犬毛 - 개털 2006. 7. 28.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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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짐

犬毛/趙源善



바야흐로

사랑과 증오는

한 끝 차이로 완전히 뒤집어지는 분명한 상황

그런데 물불을 안 가리는 건 완벽한 공통점

그리하여

이쪽은 너무나 사랑하기 때문에 콸콸 헤어져야

저쪽은 너무나 증오하기 때문에 활활 헤어져야

사랑도 증오도 모두 헤어져야하는 결론이라면

이상한 거야

참.

 

그렇다면

세상에 쉬운 게 어디 있다고

사랑이 그리 쉬운 것이더냐 증오가 그리 쉬운 것이더냐

누워서 떡 먹어 봐라

깊은 물에서 땅 짚고 헤엄쳐 봐라

커다란 백짓장 맞들어 봐라

손바닥 바깥으로 뒤집어봐라

다 만만치 않은 것이야

그런데

깨를 볶거나 콩을 삶거나

밤새워 만리장성을 쌓거나 새벽에 물을 칼질하거나

이불을 따로 덮거나 한 베개에 서로 딴 주머니를 차거나

같은 칫솔을 쓰거나 남의 다리를 벅벅 긁거나

당기고 밀고 끌어안고 치고 박고 물고 빨고 하다가도

종이 한 장처럼 등 휙 돌리니 그게 정말 무서운 거야

아 

피가 안 섞였다는 데 뭘.


그러지들 마

애들이 금방 배운다니까.

 

사탕 껍질 벗길 때의 기분

그 달디 단

첫 맛을 생각해 봐.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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