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짐
犬毛/趙源善
바야흐로
사랑과 증오는
한 끝 차이로 완전히 뒤집어지는 분명한 상황
그런데 물불을 안 가리는 건 완벽한 공통점
그리하여
이쪽은 너무나 사랑하기 때문에 콸콸 헤어져야
저쪽은 너무나 증오하기 때문에 활활 헤어져야
사랑도 증오도 모두 헤어져야하는 결론이라면
이상한 거야
참.
그렇다면
세상에 쉬운 게 어디 있다고
사랑이 그리 쉬운 것이더냐 증오가 그리 쉬운 것이더냐
누워서 떡 먹어 봐라
깊은 물에서 땅 짚고 헤엄쳐 봐라
커다란 백짓장 맞들어 봐라
손바닥 바깥으로 뒤집어봐라
다 만만치 않은 것이야
그런데
깨를 볶거나 콩을 삶거나
밤새워 만리장성을 쌓거나 새벽에 물을 칼질하거나
이불을 따로 덮거나 한 베개에 서로 딴 주머니를 차거나
같은 칫솔을 쓰거나 남의 다리를 벅벅 긁거나
당기고 밀고 끌어안고 치고 박고 물고 빨고 하다가도
종이 한 장처럼 등 휙 돌리니 그게 정말 무서운 거야
아
피가 안 섞였다는 데 뭘.
그러지들 마
애들이 금방 배운다니까.
사탕 껍질 벗길 때의 기분
그 달디 단
첫 맛을 생각해 봐.
<06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