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숲 소풍
犬毛/조원선
광장을 지나
깔깔 웃음을 하늘로 뿌려대는 분수대에서
우린
단번에 오십년을 떼어 내고는
신발을 벗어 한 짝씩 양 손에 들고
헨젤과 그레텔처럼
온 숲 속을 빙글빙글 앞서거니 뒤서거니
꽃사슴이 우릴 구경하데요
모두들
빙긋이 웃는 얼굴
오랜만에 재잘재잘 아내의 수다가
뚝섬하늘에서 풍선을 탑니다.
왕십리에서
곱창 한 접시에
소주 한 병을 도란도란 마시는 데
아 하
금강산도 물론 가기 싫었고 거기 똥파리도 물론 없었습니다.
전철 속에서 깜박 졸며 빌린 아내어깨는
누나 같아
다 왔다고 깨울 땐 더 자고 싶었습니다.
밤새
발바닥에 열이 펄 펄 펄
허 허 허
진짜로 뜨거운 소풍이었습니다.
<06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