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서울 숲 소풍

犬毛 - 개털 2006. 7. 24.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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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숲 소풍

犬毛/조원선



광장을 지나

깔깔 웃음을 하늘로 뿌려대는 분수대에서

우린 

단번에 오십년을 떼어 내고는

신발을 벗어 한 짝씩 양 손에 들고

헨젤과 그레텔처럼

온 숲 속을 빙글빙글 앞서거니 뒤서거니

꽃사슴이 우릴 구경하데요

모두들 

빙긋이 웃는 얼굴

오랜만에 재잘재잘 아내의 수다가

뚝섬하늘에서 풍선을 탑니다.


왕십리에서

곱창 한 접시에

소주 한 병을 도란도란 마시는 데

아 하

금강산도 물론 가기 싫었고 거기 똥파리도 물론 없었습니다.


전철 속에서 깜박 졸며 빌린 아내어깨는

누나 같아

다 왔다고 깨울 땐 더 자고 싶었습니다.


밤새

발바닥에 열이 펄 펄 펄

허 허 허

진짜로 뜨거운 소풍이었습니다.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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