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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참숯 매트와 베개와 빤쯔

犬毛 - 개털 2005. 8. 11. 09:50
참숯 매트와 베개와 빤쯔 <犬毛/ 趙源善>


전화벨은 시도 때도 없이 울리고 네 네 네 아내 대답소리가 어째
수상하다 여보 엄마한테 갑시다 나는 주섬주섬 야밤의 외출을 준
비해야한다 밑반찬 몇 가지를 싸들고 아내는 다리미를 집어든다
웬? 가지고 오래요 글쎄.

우여곡절 끝에 혼자 사시는 장모님 얼마 전엔 아들 아들 읊조리던
처남이-웃기는 종손 그놈-선산과 장모만 남기고 다 팔아치우고선
미국이민을 갔다 나중에 모시러 오마고 하며 내 원 참 돌아가시면
들어오기나 하려나 모시기 싫어서 어미 내쳐서 딸 사위한테 쫓은 놈
불같은 성질 감당 할 수 없어 딸 사위가 오피스텔 얻어 드렸는데
그놈 아들-당신 친손자-이민가는 비행기 삯 안 보태줬다고 딸 사위
탓하시던 그 생각이 안쓰러워 참으로 기막히고 답답하다.

바짓단 늘려 꾀매놓고 보니 다리미가 없더란다 세탁소가서 다리미
좀 빌려 쓰자고 하니 한마디로 안되요 하더란다 원 그런 나쁜 놈
있나 노인네가 빌려달라는데 세상이 쯔 쯔..... 참 엄마도 그냥 돈
1000원 주고 다려 달라면 되잖아요? 아 1000원이 뉘 애 이름이여?

물은 동사무소 정수기에서 받아다 자시고 반찬 없어도 웬만하면
우리 갈 때까지 대충 견디신다 당신의 철저하고 대단한 철학이다
당신의 돈 1000원은 만금이지만 딸 사위나 그 외 남의 돈에는 전혀
무심하신 분 1000원어치 짓무른 포도 한 상자 사놓고 반만 가져다
포도주 담그라고 어서 어서 오라고 전화하시는 양반이니 500원어치
상한 포도 가지러 차 끌고 한 시간을 가야만 한다.

유효기간 지나 값이 싼 야구르트 주시며 먹으라고 하신다 나는 그냥
먹어야 한다 다림질 다 끝났으니 다리미는 가져가라고 아 그냥 두고
쓰세요하니 또 쓸 일 별로 없다고 가져가라고 필요하면 전화 하지 뭐
하고 손사래 치신다 떠나는 아들놈에게 뺏었노라고 해묵어 이빨 빠진
제기와 자루 빠진 맷돌을 주신다 아니 맡기는 거다 언제 또 콩 갈아
콩국수 잡순다고 가져오라고 하실지 모르니 말이다.

이걸 좀 볼래? 이게 참숯 매트인데 머리가 맑아지고 혈액순환에 아주
좋다고 참숯 베개랑 참숯 빤쯔는 싸비쓰로 받았지 유한락스랑 참기름
두루마리휴지 치약 때빼는 비누 이거 전부 다 공짜루 받았어 약장수
아냐 이번엔...

엄마는! 또, 얼마야? 얼마 줬냐구? 이거..... 야 이거 숙대교수 그 여자
가 그러는데......엄마는? 아 누가 숙대 교수야? 우리 딸도 숙대 나왔다
고 악수까지 했어 야 이쁘게 생겼더구만 어이구 속 터져 그래 또 얼마
줬냐니까? 60만원인데 세달로 끊어주기로 했어 백화점에선 100만원도
물건이 없어 못 판다는 데.....

여보! 갑시다 가! 나 엄마 약장사 판 드나들문 다시는 안온다고 했지?
아 지난번 영지버섯약 샀을 때 약속했잖아요? 1000원에 바들바들 떨면서
어찌 바보같이 사기꾼들에게 그 큰 돈을 훌러덩 바치는지 참숯은 무슨
참숯? 앙칼진 아내 목소리가 장모마음을 할퀸다 아 내가 좋아서 사는데
니가 뭘 그러니 오기 싫으면 오지마라 내가 니들 눈치보고 사냐? 흥.....

다리미와 맷돌과 제기를 싣고 오면서 내가 아내 눈치를 봐야만 한다
하긴 이게 뭐 처음이 아니니까 난 능숙하다.

두 밤만 자면 또
엄마한테 갑시다하고 나설
내 아내가
참 예쁘다
허 허 허.(0508)

출처 : 참숯 매트와 베개와 빤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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