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공세시의 오뚝이

공세시의 오뚝이<犬毛/조원선>

공두시가넘었을게다.
길게나자빠진가로등이헛구역질하며누런가래침을퉤뱉으면
쥐똥나무아래로들고양이괴이한암내울음이날렵하게비켜가고
멋모르고꼿꼿이선아파트는공동묘지의비석이다.
아람벌린달이항문을죄이는순간놀이터미끄럼틀큰기둥아래
부풀어진콘돔대가리와널부러진분홍꽃빤쓰가번쩍인다.
문득입안에비린내나는침이고인다.
내던져지면끝장인아사리씨름판에서오뚝이는저기콘돔과같아
한번써버리면더이상아무짝에도쓸모가없나보다.
꽁초를한대물고빨면입술로타들어오는불꽃이근사해사팔눈
으로보는데이내깡소주로채워진텅빈내장이꽈배기처럼배배
뒤틀린다.
빈그네에아이처럼궁둥이를쑤셔넣고한번밀어보다끼익하는
소리에화들짝놀래머리털이쭈삣서며내려선다.
저혼자흔들거리는그네가만원에두마리주는장작구이통탉으로
보여기름뚝뚝덜어지듯군침을꼴깍꼴깍삼킨다.
그도잠시기진맥진사그러진움직임이멈추자머리가빠개지도록
쿡쿡쑤시더니급기야뱅뱅어지럽기시작한다.
졸리지않아도자야한다.자야만한다.
아내앞에이꼴부끄러워찌들고퀭한몰골이라도가려야한다.
구겨진지하철무가지.
튀겨진메뚜기처럼긴의자에쪼그려멀고도긴공세시를기다린다.
무지막지한상대의배꼽에짓눌려숨이막히다가갈퀴손에뒤집기로
허공에내동댕이쳐지는오뚝이.
박장대소하는구경꾼의구둣발에짓뭉개져산산조각으로부서진다.
멀리어디선가삐빼삐빼응급차싸이렌소리에흠칫놀라눈을비비니
눈꺼풀이천근이라앞이부옇게흐리다.
머리맡의옷보퉁이가이미말라버린눈물을왈칵또달라한다.
만원권세장이셔츠주머니에고이숨어있다.
“화이팅힘내요여보당신을사랑해요!”
“아빠보고싶어요”
아아아아내와딸아이.

열심히살려고어쩌다아사리씨름판에서내모든것을한순간에남에게
빼앗기고날마다짓밟히면서바닥없는구렁텅이를헤매며아내와숨바
꼭질하는술래 -가련한금요일공세시.
이건아니다이럴수는없다다시일어서야한다.
내가?내가?내가?
시들었던두눈동자가활활불타들어간다.

아아아살아야지살아야지살아야지.
오늘일랑내던져지기전에얼른일어서기름낀배때기들을콱쑤셔봐야지.
백전백일기오뚝이로.(0506)

출처 : 공세시의 오뚝이

글쓴이 : 개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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