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와 베짱이
犬毛 趙源善
장마 비 잠시 멎어 반짝 여우햇빛 나온 사이에 무너진 집 복구공사 무척 바쁘다
몸집 우람한 병정개미 x1호가 굴 입구를 지킨다
일개미 y1호가 흙을 물고 굴에서 나와 우측에 쌓고 좌로 돌아 들어가면
일개미 y2호가 흙을 물고 굴에서 나와 좌측에 쌓고 우로 돌아 들어가고
일개미 y3호가 흙을 물고 굴에서 나와 우측에 쌓고 좌로 돌아 들어가면
일개미 y4호가 흙을 물고 굴에서 나와 좌측에 쌓고 우로 돌아 들어가고
일개미 y5호가 흙을 물고 굴에서 나와 우측에 쌓고 좌로 돌아 들어가면
일개미 y6호가 흙을 물고 굴에서 나와 좌측에 쌓고 우로 돌아 들어가고
일개미 y7호가 흙을 물고 굴에서 나와 우측에 쌓고 좌로 돌아 들어가면
일개미 y8호가 흙을 물고 굴에서 나와 좌측에 쌓고 우로 돌아 들어가고
일개미 y9호가 흙을 물고 굴에서 나와 우측에 쌓고 좌로 돌아 들어가면
일개미 y10호가 흙을 물고 굴에서 나와 좌측에 쌓고 우로 돌아 들어가고
쪼그려 앉은 나는 머리가 아프다
삶에는 멈춤이 없어서 세상에 일 아닌 것은 없다
같은 구멍 속에서 같은 비밀을 퍼 나르는 놈들은 다 같은 놈들이다
곳곳에서 팔자 좋은 병정개미 x2호, x3호, x4호, x5호들이 감시한다
운명이 드나드는 속도는 1회당 4초로 정확하고 일정하다
사고는 언제 어디서 왜 어떻게 일어났을까?
맨 처음 미로를 만든 건 누구일까?
그것이 도대체 얼마나 재미있어서 저리 열심히 노는 걸까?
내가 헤아릴 수 있는 숫자의 한계는 겨우 양손가락의 합이다
반복되는 모양과 움직임이 너무나 똑같아서 혼돈이 극에 다다른다
이내 빗방울이 후두두둑 떨어진다
우주가 폭발하기 전에 어서 내 집으로 가야한다
개미들의 x 와 y 방정식을 풀면 뭐하고 안 풀면 또 어떤가?
여지없이 나는,
더듬이 털이 하얀 인간 베짱이 z1호다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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