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모 조원선
1980년 초임 S여고교사 27세총각 인기최고. 900명(한학년 15개반 60명씩) 데리고 우이동계곡 소풍. 학생들이 싸온 도시락에 깡통맥주가 있어서 벌컥 2개 마셨는데(고참들은 구경만 하시더라). 화장실을 보니 남녀한칸씩 있지만 우리애들이 양쪽을 완전 점거해 두줄로 길게 섰다. 난감한 내가 결국 숲으로 슬쩍 들어가는 데 주위에서 틈을 노리던 애들이 사진찍자며 우루루 달려든다. 아! 난 미치겠는데 요구대로 멋진 포즈를 다 잡아줘야하니. 참다참다가 용감하게 고백했다. "얘들아, 선생님 오줌마려 죽을 지경이다. 화장실 줄은 못 서겠고 나 제발 좀 놓아다오. 저 숲속에 좀 다녀올게. 응?"
깔깔깔 손뼉치며 박장대소.
"망 봐드릴 게 다녀오세요. 호호!"
"이건 진짜 우리만의 비밀!"
"네." 17살 청춘소녀들을 믿은 27살 바보얼띠기 총각선생. 소풍이후 선생님 숲에서 쉬했다는 추한(?) 소문은 전학년에 퍼지고. 내 꼬락서니 완전 으악. 허허허.
(2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