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犬毛 趙源善
땅 위 오만가지 모든 것들을 방울방울 사랑으로 어루만져 핥고 씻기고 먹이고 채우고 훑어내고 키우고 살리던 끝에 결국 증오로 뭉쳐진 몸뚱이가 갈기갈기 부서져 거품으로 떠올라 이리 둥실 저리 둥실 떠다니다가 하나씩 여러 친구들이 모여 서로 세상 살던 슬픈 사연을 나누던 중 더러운 것들이 시커먼 덩어리로 뭉쳐 시끄럽게 떠들기까지 한다고 하늘이 벌컥 화를 내며 벼락을 휘둘러 쫓아내니 다시 또 하얗게 산산이 부서져 울며불며 아래로 떨어지는 똑같은 짓을 영원히 되풀이해야만 하는 가련한 팔자.<1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