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20년)

바가지

犬毛 - 개털 2020. 9. 1. 12:57

바가지
견모 조원선

나 비록 백수개털이지만 홀라당 벗어부치면 아직도 알몸에 빛이 난다. 내 모든 입단경력을 다 합치면 9단 아니더냐.

제일 꼭대기 고고한 해바라기파의 고문초빙을 거절했고 중간 괜찮은 꼬부랑파의 회장모심도 마다했다. 난 아직 힘이 펄펄 넘친다.

맨 아래 오로지 한 꼭지 한 구멍이 최고다. 함지박에 콸콸콸 가득 채워놓고 바가지로 퍼서 좍좍좍 끼얹어야 성에 찬다. 그래야 시원하다. 그게 목욕이다.

곧 죽어도 난 영원한 바가지파다.
(200901)

'詩 (2020년)'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다림  (0) 2020.09.02
아수라장  (0) 2020.09.02
숫자놀음  (0) 2020.08.31
라면  (0) 2020.08.31
욕질  (0) 2020.0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