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20년)

솔직이 병이다

犬毛 - 개털 2020. 7. 30. 08:40


솔직이 병이다
견모 조원선

왜 창고에 들어왔는지 모른다
손끝 감각이 무디다
사람이름이 까맣게 생각 안난다
지갑에 돈이 얼마 있는지 모른다
어제 뭘 했는지 생각이 까마득하다
제자리에 안둔 건 못 찾는다
막걸리 두병이 쥐약이다
응가하고 물을 안 내린다
이거 야단났다ㅡ

밥맛 좋다
운전 가능하다
아내가 점점 예쁘다
때마다 막걸리 생각난다
성질 거의 죽었다
태극기를 보면 울컥한다
글이랍시고 매일 한 줄씩 읊는다
자연과 중얼중얼 얘기를 나눈다
그나마 천만다행이다ㅡ

이렇게 줄줄줄 다 털어놓았더니 젠장, 치매선별검사 받으라고 연락이 왔다
(20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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