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20년)

허당영감탱이

犬毛 - 개털 2020. 4. 25. 10:47

 

허당영감탱이

견모 조원선

 

밥상머리에, 구두닦고 일어나다가 핑 돌아 넘어질 뻔했다고 말했더니 "겉만 번지르르한 말짱 허당영감탱이 오늘은 또 얼마나 퍼마시고오려고 아침부터 바람이 들어 청바지에, 구두에 난리 죽이누? ㅡ 술 땜시 낼은 자빠져서 죙일 일어나지도 못할 게 뻔하지?"하고 바로 치고들어온다.

간단히 집들이 할테니 두달만에 넷이 모여 얼굴이나보자는 후배의 제안. 양정성산모임.

밤낮기온차가 심해서 사철입는 청바지 한번 입으려고 꺼내보니 뭐가 묻어있어서 물휴지로 닦고는 그 물휴지 그냥 버리기 아까워서 구두를 닦은 건데. 바로 욱ㅡ 솟아올라오는 걸 얼른 꾹꾹 눌러버렸다.

"이따 갈 때 콜라비피클 좀 싸줄테니 갖다줘!"

 

어휴, 나 참 잘했다.

이렇게 사는 게 좋다.

이렇게 살아야 한다.

물휴지처럼!

허당영감탱이로 ㅡ

허허허.

(20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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