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20년)

유기견

犬毛 - 개털 2020. 4. 8. 12:00

 

 

 

유기견

견모 조원선

 

유기된 강아지들 밥을 가져다 주는 게 벌써 한달이 되어간다. 두마리 중 열흘쯤 전에 한 마리가 사라졌다. 사연은 모르지만 두마리 중 흰둥이만 남았다. 몹시 외로울 게다. 워낙 어린새끼를 내다버려서 취식능력이 없다. 데려다 키울 수는 없고 이틀에 한번 물과 사료를 가지고 가서 먹이는데 우리가 가는 아침 시간을 기다리는 모양. 밥그릇 물그릇도 우리가 갖다놓았고 우리는 산책 코스 다섯개를 하루교대로 걷는데 이놈 때문에 이틀에 한번은 늘 같은 코스를 간다. 아내가 안달이다. 반가워서 꼬리를 흔들고 쓰다듬어주면 앓는 소리까지 낸다. 허겁지겁 먹어댄다. 참 딱하다. 어쩌랴. 지나치는 사람도 거의 없는 한적한 곳인 데다 밭돌담 구멍속이 집이다. 취식능력을 익혀야 들개라도 될텐데. 너무 어려서 문제다. 우리가 밥을 안 주면 굶어 죽을 게다. 겨우 4개월쯤 된 암놈이다. 내다 버린 놈 정말 나쁜 놈 ㅡ 천벌을 받으리라.

(20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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