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과 귀와 술의 관계
견모 조원선
우리집은 교통이 불편하다. 버스가 한시간에 한번 오고 밤엔 9시가 막차. 한달에 두번 문학회와 동문회 모임으로 공식외출하는 데 두번 다 후배들이 차로 데릴러왔다가 다시 데려다준다. 정해져 있다. 절대 내가 차를 몰고 나가지 않는다. 그래서 허리띠풀고 맘껏 마신다. 지리적음주조건이다.
나는 6년전에 원인불명의 돌발성난청이 발병하여 한쪽 청력을 거의 잃었고 다른 한쪽도 완전 정상은 아니며 치료불가판정을 받았다. 이명과 공명현상도 심하지만 잘 적응하고 산다. 그저 온종일 아내와 마주보고 오순도순 산다. 다른 사람과 만날 기회는 거의 없다. 술자리에 가면 내 왼쪽에 앉은 사람얘기만 들리고 다른 사람의 얘기는 잘 안들리니까 그냥 대충 끄덕거려준다. 그래서 난 말도 잘 안한다. 그럼 뭘 하는 가? 그저 묵묵히 막걸리만 마시는 거다. 신체적음주조건이다.
다만 서글픈 것은 제주이주한 5년여 반주를 즐기다가 위염과 식도염으로 6개월 치료후 아내의 반주금주령이 내려져 집에서는 거의 술을 못 마신다는 것. 이렇게 산다.
(2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