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20년)

햄 할망구

犬毛 - 개털 2020. 2. 5. 11:37

 

 

햄 할망구

견모 조원선

 

솜털(아내)은 아침산책 때마다 햄을 대여섯장 싸들고 나간다. 부피가 적어 무겁지도 않고 비닐봉지에 넣으면 된다. 유기된 들개들 만나면 한 장씩 나눠주고 못 만나면 오는 길에 동네 개들 나눠준다. 어떤 날은 그자리에서 들개가 기다리고 있기도 한다. 곁을 주지는 않지만 놓고 저만큼 가면 와서 허겁지겁 먹는다. 아무튼 그게 매일마다 하루를 시작하는 솜털의 기쁨이란다. 활짝웃는 솜털이 예쁘다. 못 말린다. 완전 개들에게 인기 최고다. 개들이 햄맛(?)을 안다. 그리하여 솜털은 개들의 여왕인 것이다.

그럼, 나는 무엇인가? 무한히 햄값을 대는 물주 ㅡ 그저 막걸리 한 잔에 해롱거리는 영감태기 ㅡ 개털이다. 이렇게 산다. 그래도 엄청 좋다. 행복하다.

허허허.

(20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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